中, 比에 경제보복 노골화… 여행객 철수명령·과일류 검역 강화
입력 2012-05-14 18:56
중국과 필리핀 사이의 황옌다오(黃巖島, 스카보러 섬)를 둘러싼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중국이 필리핀에 대한 경제적 보복을 노골화하고 있다. 필리핀은 미국으로부터 구매 예정인 군함 해밀턴호를 조기에 인수하기로 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면서도 중국의 경제적 압박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다.
중국 국가여유국(旅遊局)은 13일 필리핀을 여행 중인 모든 중국 여행객에 대해 16일 전까지 필리핀을 떠나도록 명령했다고 홍콩 명보(明報)가 14일 보도했다.
현재 필리핀에 머무르고 있는 중국 단체 관광객은 24개 단체에 682명으로 파악됐다고 명보는 전했다. 매년 필리핀을 여행하는 중국 여행객은 100만명 이상에 달해 중국인들이 필리핀을 찾지 않는다면 필리핀 여행업계의 손실은 최소 1000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14일 중국 농업부가 황옌다오를 포함한 북위 12도 이상 남중국해 일부 해역에 대해 16일부터 7월말까지 휴어기를 설정했다고 보도했다. 농업부는 이 기간동안 조업하다 적발되는 자국 어선에 대해서는 어업 면허 박탈조치와 함께 벌금 5만 위안(약 909만원)을 부과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중국 정부가 최근 필리핀산 과일류에 대한 수입 검역을 강화하고 나서자 중국 수입상들이 농산물 수입계약을 대거 취소, 필리핀 업계의 피해가 현실화되고 있다.
필리핀 업계는 필리핀산 전자제품 수출의 52% 가량을 차지하는 중국이 이들 제품에 대해서도 유사한 압박을 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필리핀은 미국으로부터 두 번째로 구매하는 해밀턴호를 원래 계획보다 6개월 앞당겨 이달 말 인수하기로 했다. 그러나 필리핀으로선 미국, 일본과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성장한 필리핀의 수출시장인 중국을 도외시할 수 없어 고민이 커지고 있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