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서신’ 저자 김영환, 中 공안에 체포… 탈북자 지원 활동 중

입력 2012-05-14 19:06


1980년대 중반 운동권의 ‘민족해방(NL) 주체사상파’의 문을 열었던 ‘강철서신’ 저자 김영환(사진)씨가 중국 공안당국에 의해 체포돼 사법 처리 위기에 놓인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인권운동가 김영환 석방대책위원회’는 14일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연구위원인 김씨가 지난 3월 23일 한국에서 출국한 뒤 29일 중국 다롄에서 유모(44)씨 등 일행 3명과 랴오닝성 국가안전청에 의해 체포돼 50여일 동안 강제구금 중”이라고 밝혔다. 이들이 체포된 이유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나 ‘국가안전위해죄’가 적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석방대책위에 따르면 우리나라 선양총영사관 영사가 지난달 26일 김씨를 한 차례 접견했다. 하지만 유씨 등 3명은 접견 자체가 허가되지 않았고 현재 어느 곳에 구금돼 있는지도 파악되지 않고 있다. 김씨는 당시 선양에서 탈북 북한주민을 남한으로 보내는 활동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가 북한 안에 있는 주민의 탈북을 지원했을 경우 북한 국가안전보위부에서 중국 공안 측에 김씨 체포를 요청했을 가능성이 있다.

82년 서울대 공법학과에 입학한 김씨는 80년대 중반 이후 시작된 민족해방 계열의 주체사상 이론가였다. 그가 작성한 ‘강철서신’은 대학가 주체사상의 교범이었다. 하지만 91년 북한을 방문, 김일성 주석과 황장엽 노동당 비서를 만난 뒤 주체사상에 회의를 갖게 됐고 90년대 중반부터 ‘뉴라이트’로 전향해 북한 민주화 운동에 앞장섰다. 북한 입장에서는 배신자로 제거 대상인 셈이다.

한편 외교통상부 조병제 대변인은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중국 측이 영사접촉을 통해 김씨가 분명한 위법 사실이 있다고 한다”면서 “가족들이 김씨 구금사실을 보도하지 않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위법사실이 뭔지를 묻자 “알아보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고승욱 최현수 기자 swk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