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컬럼비아대 청소부, 12년 만에 학사모
입력 2012-05-14 19:25
미국 아이비리그 명문 컬럼비아대학교에서 청소부로 일하고 있는 중년 남성이 우수한 성적으로 일터인 컬럼비아대를 졸업했다. 주인공은 유고슬라비아 난민 출신의 가츠 필리파(52). 그는 13일(현지시간) 고전문학 학사학위를 받아 20대 학생들과 함께 학사모를 쓰는 영예를 안았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필리파는 내전으로 피폐해진 유고슬라비아의 수도 베오그라드에서 법학을 전공하던 중 군대에 징집될 위기에 처하자 1992년 미국 뉴욕으로 피신했다. 이후 그는 컬럼비아대에서 청소부(janitor)로 일하며 생계를 이어갔고 영어를 배운 후 입학 허가를 받았다. 컬럼비아대는 직원들에게 무료로 수업을 제공하므로 등록금을 내지 않아도 됐다.
그는 낮에는 청소부로 일한 뒤 밤에 책을 폈다. 시험이나 과제가 있으면 밤을 새워가며 공부한 후 오전에 수업을 듣고 다시 일터로 돌아갔다. 12년 노력 끝에 이날 마침내 졸업장을 받게 됐다.
로마의 정치가·철학자·극작가였던 세네카를 가장 좋아한다는 필리파는 “내가 가족에게 교육받았던 정신이 세네카의 편지에 담겨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족은 내게 부와 명예를 좇는 삶이 아닌 소박하고 정직하며 자랑스러운 삶을 살라고 가르쳤다”고 덧붙였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