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실세 비리의혹 연루… KT, 대포폰 사찰연루 ‘당혹’-포스코, M&A때마다 실세 개입설

입력 2012-05-14 21:48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의 파이시티(양재동 복합유통센터) 인허가 비리와 민간인 불법사찰 수사 과정에서 포스코와 KT가 각각 연루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해당 기업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두 기업 모두 민영화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주인 없는 기업이다 보니 아직도 낙하산 인사나 정부 입김에 휘둘리면서 ‘무늬만 민영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곤혹스러워하는 KT=검찰이 민간인 사찰사건을 수사하던 2010년 7월 7일 공직윤리지원관실 장진수 주무관이 민간인 불법사찰 자료를 폐기하러 가기 직전 최종석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실 행정관으로부터 ‘차명 휴대전화’를 건네받았고, 이 문제의 차명전화는 서유열(56) KT 사장이 개설해준 것으로 밝혀졌다. 서 사장은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의 부탁을 받고 2010년 7월 7일 오전 KT 대리점 사장의 자녀 명의로 차명전화를 만들어줬다.

KT 홈고객부문 사장을 맡고 있는 서 사장은 14일 홍보실을 통해 자료를 내고 “2010년 7월 초 이 전 비서관으로부터 ‘업무적으로 잠깐 쓰겠다’는 요청이 있어 휴대전화를 제공한 바 있다”며 “그러나 해당 전화가 (민간인 불법사찰 증거인멸 사실을 숨기기 위해) 보도된 바와 같이 사용돼 당황스럽다”고 밝혔다.

또 “해당 전화는 대포폰이 아닌 차명폰”이라며 “대포폰은 신원 불상 사람의 단말기를 사용하는 것으로 이 경우와 다르다”고 해명했다.

경북 경주 출신의 서 사장은 2009년 그룹쉐어드서비스(GSS) 부문장(부사장)으로 KT의 고용·노동 업무를 맡으면서 청와대에서 같은 업무를 담당하는 이 전 비서관을 알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포항 출신의 이 전 비서관과 같은 TK(대구·경북지역) 출신인 데다 서 사장의 형은 이명박 대통령과 같은 포항 동지상고 출신이어서 범영포(영월·포항)라인으로 가깝게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통합당 박용진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서 사장은 이석채 회장 취임 이후 승승장구했고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절친하다고 해서 영포모임에도 자주 참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며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KT는 2002년 5월 민영화돼 정부 지분이 한 주도 남아있지 않다. 현재 국민연금이 최대주주로 6.64%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일본 통신회사인 NTT도코모가 5.46%, 영국 투자회사 실체스터 인터내셔널 인베스터가 5.01%의 지분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외풍 끊이지 않는 포스코=파이시티 인허가 비리와 관련해 포스코건설 특혜설에 이어 박 전 차관의 포스코 회장 인사 개입설, 여기에 포스텍의 부산저축은행 증자 참여와 관련해서도 외압설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포스텍은 2010년 6월 부산저축은행 증자에 500억원을 투자했다가 부산저축은행이 퇴출당하면서 고스란히 500억원을 날렸다.

이사회 의결을 거치지도 않고 최우량 신용등급 ‘AAA’ 기업에 투자해온 관례를 깨고 ‘BB’ 등급인 부산저축은행에, 그것도 계열사인 포스코 교육재단은 “리스크가 커 부적절하다”며 발을 뺀 상황에서 무리하게 투자한 것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2010년 3월 워크아웃 기업인 성진지오텍을 1600억원에 인수하고 그해 8월 대우인터내셔널을 인수할 때도 정권 실세가 개입했다는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포스코는 2009년 3월 정준양 회장 취임 이후 인수합병(M&A)에 5조원가량을 쏟아부은 데다 철강 시황마저 악화돼 부채비율이 2009년 54.5%에서 지난해 말 92.4%까지 두 배 가까이 치솟았다. 최근 3년간 계열사 수는 36개에서 71개로 두 배나 늘었다. 포스코는 2000년 10월 민영화돼 국민연금이 6.81%로 최대 지분을 갖고 있다. 외국인 지분도 48.4%에 달하지만 ‘오너 없는 회사’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보니 역대 정권 때마다 외풍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이에 대해 포스코 측은 “그동안 인수한 기업들은 철강업과 관련됐거나 수익성이 높다고 판단해 인수하거나 투자한 것이지 정권 실세들이 개입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또 2009년 정 회장이 윤석만 당시 포스코 사장을 누르고 선임될 당시 박 전 차관과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 등 정권 실세들의 외압이 있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이사회 중 사외이사 비중을 과반수로 하고 최고경영자(CEO) 추천위원회에서 회장을 선출하는 등 외압을 막기 위한 선진 제도를 갖추고 있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이명희 기자 mh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