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임순, 차명 소유 극장·상가 등 담보 150억 불법대출… 자고나면 드러나는 저축은행 비리 ‘상상 초월’
입력 2012-05-14 19:08
“저축은행에 이렇게 돈 썩는 냄새가 나는 세계가 있는 걸 몰랐다.”
저축은행 비리를 수사하는 검찰 관계자의 말이다. 영업정지된 저축은행 대주주 및 경영진이 저지른 개인비리와 편법·탈법은 상상을 초월한다. 검찰조차도 언론에 보도되는 이들의 비리를 확인하는 데 힘이 부칠 정도다.
저축은행비리합동수사단(단장 최운식 부장검사)은 김찬경(55·구속) 미래저축은행 회장이 실소유주라 추정되는 충남 아산에 위치한 골프장 운영기업 ㈜고월의 대표이사인 소동기(56) 변호사를 14일 피내사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검찰은 소 변호사에게 김 회장이 차명으로 소유하거나 운영한 업체가 또 있는지 추궁했다. 소 변호사는 검찰 조사에서 “나는 바지사장으로 김 회장에게 명의만 빌려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이 저축은행 예금 1000억여원 이상을 불법대출해 골프장을 소유하고 운영하는 과정에서 자신은 이름만 빌려줬다는 것이다. 합수단 관계자는 “소 변호사와 김 회장은 깊은 동업자로 보이지 않는 점이 많다”며 “김 회장이 주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래저축은행이 2005년부터 7년간 쓴 접대비가 1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합수단은 이 중 일부가 정·관계 로비자금으로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자금흐름을 추적하고 있다. 밀항하려다 검거된 김 회장은 자신의 과거행적과 개인비리가 언론에 연일 보도되자 공황상태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저축은행 대주주들이 차명재산을 통해 불법 대출받은 정황도 속속 드러났다. 김임순(53) 한주저축은행 대표는 차명으로 경기도 수원의 N극장과 N상가를 소유하면서 이를 담보로 150여억원을 불법대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6월 극장 건물을 시가보다 훨씬 싼 20억여원만 받고 매각하고 차액을 빼돌렸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합수단은 가짜통장을 만들어 고객예금 166억원을 빼돌린 한주저축은행 이모 이사를 이충렬(구속) 여신팀장과 공범관계로 보고 추적중이다.
솔로몬저축은행이 2008년 KGI증권을 인수하는 과정도 석연치 않다. 저축은행이 투자증권사 지분 10% 이상 보유할 수 없는 현행규정에 발목이 잡히자 대출을 받은 기업들이 투자해 조성한 사모펀드(PEF)를 동원하는 수법으로 증권사를 인수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하지만 솔로몬저축은행 관계자는 “당시 금융감독원이 PEF를 통한 인수작업을 승인했기 때문에 절차상 문제가 없다”라고 해명했다.
홍혁의 기자 hyukeu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