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미얀마 국빈 방문… 29년전 ‘폭탄 테러’ 악몽 미얀마 軍·정부 경호 초긴장
입력 2012-05-14 19:09
이명박 대통령이 14일 미얀마 수도 네피도 공항에 내리자 환영 나온 미얀마 군과 정부 관계자들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들은 29년 전 ‘아웅산 폭탄 테러’의 악몽이 가시지 않은 듯 이 대통령에 대한 경호에 각별히 신경을 썼다.
청와대는 이 대통령의 미얀마 순방을 비밀리에 진행했다. 대통령을 노린 테러가 자행됐던 점과 최근 북한의 대남 테러 위협 등이 감안됐다. 김태효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은 “미얀마가 하루 이틀 전이라도 이 대통령 순방을 공표하겠다고 했지만, 중국 베이징에서 출발한 오늘에야 공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1월 테인 세인 대통령의 초청을 받았고 지난달에 일찌감치 방문이 결정됐지만 여러 상황을 고려해 철저히 비공개에 부친 것이다.
정부는 미얀마에 위치한 북한 대사관에 대해서도 실시간으로 동향을 감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983년 10월 9일 당시 전두환 대통령은 서석준 부총리와 이범석 외무부 장관, 김동휘 상공부 장관 등을 대동하고 버마(당시 미얀마 국명)를 찾았다가 폭탄테러를 당했다. 서 부총리와 두 장관, 기자 등 수행원 17명이 사망했다. 북한의 암살 대상이었던 전 대통령은 숙소 출발이 예정보다 3분 늦어지면서 화를 면했다.
이 대통령이 미얀마를 전격 방문한 것은 천연자원 부국인 이 나라에 대한 경제협력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반도 면적의 3배에 달하는 미얀마는 원유, 천연가스, 철광석, 우라늄, 니켈, 아연, 목재, 희토류 등 희귀자원을 갖고 있다. 게다가 무려 2170㎞에 달하는 에야워디강과 땅르윈강 등이 국가 전체를 관통하고 있어 수산자원 개발 가능성도 높다.
지난해 3월 출범한 테인 세인 대통령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민주화와 개혁·개방 조치로 국제사회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지난해 12월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방문한 데 이어 영국, 프랑스, 캐나다 등 서방 세계 외교장관들이 속속 미얀마를 찾아 협력을 타진 중이다.
미얀마가 서방 세계, 특히 미국의 관심을 받는 것은 동남아 지역의 주도권을 둘러싼 중국과의 경쟁 관계도 무관치 않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우리나라는 경제개발 노하우와 민주화 등에 도움을 주고 북한과의 군사협력 차단에 심혈을 기울일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이날 행정 수도인 네피도에서 테인 세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뒤 15일 옛 수도인 양곤으로 날아가 미얀마 민주화운동의 상징인 아웅산 수치 여사를 만날 예정이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