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개지는 통합진보당] 단호해진 비당권파 “나갈테면 당권파가 나가라”

입력 2012-05-14 21:50


통합진보당 비당권파는 강경했다. 14일 모든 절차를 일사천리로 진행했다.

전자회의 및 전자투표 실시로 아예 물리적 충돌을 방지했고, 곧바로 ‘혁신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전자회의를 방해했던 당권파 사무총장을 해임시켰으며 공동대표단의 모든 임무와 권한, 그리고 당직자 임면권이 비대위에 귀속됐음을 선언했다. 당 안팎에서는 폭력행위 관련 당권파 인사들에 대한 출당이나 처벌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비당권파, 절대 안 물러선다=이미 정치적으로 분당 사태인 당 상황을 비당권파는 빠르게 정리해나가고 있다. 일반 여론은 물론 진보진영 내에서도 ‘폭력 주범’인 당권파를 거의 사이비 종파 수준으로 비판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일단 절차적으로 당권파가 당권을 잃은 상황이 돼버렸다.

유시민 공동대표는 이날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분당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당원들이 저보고 ‘절대 나가지 말자. 악착같이 이 당에서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끝까지 싸우자’고 말한다. 저도 같은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분들(당권파)이 나가는 거야 저희가 말리긴 하겠지만, 정 나간다면 못 막을 것”이라며 “지금 당 혁신을 추진하는 쪽(비당권파)이 나갈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못 박았다.

당권파가 나가는 것 외에는 분당 가능성이 전혀 없으며 당권파가 나가겠다면 굳이 말리지는 않겠다는 뜻이다. 비당권파 일각에서는 여론의 비난을 받는 종북 세력들을 이번 사태를 계기로 들어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강기갑 비대위원장이 회견에서 “정체성을 인정받는 진보의 실체가 되도록 하겠다”면서 “그렇지 않는다면 우리는 두고두고 용서받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 것은 바로 이 같은 분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향후 시나리오는=당권파는 비대위 출범과 관련해 반응을 자제하고 있다. 워낙 여론이 나쁜 탓도 있지만 오히려 당내 큰 싸움을 앞두고 전력을 재정비하는 듯한 분위기가 더 강하다.

곧이어 비대위원과 당직 인선 절차에 들어가겠지만, 이 과정에서 당내 투쟁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당권파는 절차적 하자를 이유로 전자투표 결과를 수용하지 못하겠다는 입장이다. 당내에 남아 싸우겠다는 의미가 강하다. 가장 큰 목적인 이석기, 김재연 당선자의 원내 진출을 위해서는 사실상 이 전략이 유일하다.

이를 위해서는 19대 개원 때까지 시간을 버는 지연작전이 필요하다. 그래서 당 안팎의 비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독자적인 지도체제를 구축할 가능성도 있다. 비대위를 인정하지 않고 당내에서 다투는 것이다. 양측이 극적으로 타협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거의 없어 보인다. 이미 양측이 제 갈 길로 너무 나아가 명분이나 실익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당권파가 제 발로 나갈 가능성도 없다. 당권파 어느 누구도 분당이나 사퇴를 언급하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진행시켜온 원내 진출 등 대중정치 세력화 작업이 무산되기 때문이다.

당내 권력싸움 과정에서 법정 소송까지 나아갈 수도 있고 검찰 수사에 따른 후폭풍이 몰아닥칠 수도 있다. 진보 진영에서는 이같은 상황이 진보세력 자체를 모두 고사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상당히 우려하고 있다. 그래서 공멸을 막자는 차원에서 외부의 힘이 작용하지 않도록 최소한의 선에서 서로 주고받는 타협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김명호기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