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개지는 통합진보당] 유시민 “당권파서 당·대권 제안 있었다”
입력 2012-05-14 18:52
당권파로부터 무차별 폭행을 당한 통합진보당 비당권파는 이번 사태의 원인과 배경을 무엇으로 보고 있을까. 12일 밤의 충격이 가시자 비당권파 수뇌 진영에서 이를 진단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단 중앙위 폭력사태는 당권파에 의해 사전에 ‘기획’된 것 같다는 분석이 많다. 중앙위 의장을 맡은 심상정 공동대표가 자신들에게 불리한 안건을 상정, 처리하려 하자 우발적으로 벌어진 폭력이 아니라는 얘기다. 유시민 공동대표는 14일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제가 느끼기론 (당권파가) 매우 잘 준비하고 현장에서 아주 조직적으로 지휘해서 폭력사태를 일으켰다”고 밝혔다.
이정희 전 공동대표에 대한 배신감을 토로하는 이도 있다. 노회찬 공동대변인은 CBS라디오에 출연해 “이 전 대표가 사퇴를 하고 먼저 자리를 뜨겠다고 하면서, 나머지 공동대표들에게 회의가 원만하게 잘 진행될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그래서 충격이 더 큰 상태”라고 말했다. 노 대변인은 이른바 ‘용팔이 사건’을 거론하며 “그건 돈을 받고 외부의 청부폭력을 동원한 일”이라면서 “이번 사건은 당원과 당직자, 당 간부라는 사람들이 당에서 가장 권위 있는 의결기구인 중앙위를 진행하고 있는 의장단을 습격했다는 점에서 죄질은 비할 바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진보정당이 한국 정치의 희망에서 한국 사회의 우환덩어리로 전락한 날”이라고 참담해했다.
폭력 사태 원인은 당권파가 당권을 유지하고, 핵심 인물의 비례대표 신분을 유지하기 위해 물리력을 썼다는 데 모아진다. 유 대표는 “어떤 일이 있어도 당권은 못 놓겠다, 또 어떤 일이 있어도 이석기 당선자는 꼭 국회에 보내야 되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회의원 임기 시작될 때까지는 당의 의사결정을 다 막아야 된다, 이렇게 판단하고 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노 대변인도 “국민들로부터 버림받더라도 종파 이익을 지키겠다는 발상이 이 지경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한편 유 대표는 당권파와의 ‘당권 거래설’과 관련, “당의 권력을 쥐고 하던 분들이 저에게 ‘대선 후보로 나가든 당 대표를 하든 뭘 하고 싶다고 하면 같이해 주겠다’ 이런 의사를 여러 차례 전해왔던 상황”이라며 “이분들과 힘을 합쳐서 ‘파당(派黨)’을 하게 되면 큰일 나겠다 싶어 정중히 거절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분들(당권파) 입장에서는 자기들이 생각하는 당의 발전 방향, 또 당의 어떤 힘을 키우는 방법, 이런 걸 생각할 때 (내가) 그렇게만 해주면 모든 것을 협조해 같이할 수 있다는 의사였다”고 덧붙였다.
한민수 기자 ms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