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개지는 통합진보당] 공동대표 3인 ‘눈물의 사퇴’
입력 2012-05-14 21:54
끝내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통합진보당 심상정 유시민 조준호 공동대표가 14일 오전 사퇴 기자회견을 한 국회 정론관. 심 대표는 연신 눈물을 훔쳤고, 조 대표도 울먹였다. 유 대표는 비장한 표정이었다. 강한 어투로 자신만만하게 자기주장을 하던 평소 진보정치 지도자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으며 회한이 가득 찬 듯했다.
지난 12일 밤 당권파로부터 집단폭행을 당한 이들 비당권파 대표들은 진보정당에 대한 비판여론을 의식한 듯 국민에게 깊이 고개 숙였다.
심 대표는 “지난 5개월 동안 감당하기 어려운 많은 일이 있었고 당의 미래는 여전히 장담하기 어렵다”며 “우리가 갖고 있던 낡은 것, 왜곡된 것, 부끄러운 것을 정면으로 직시하고 국민들께 드러낸 것은 새로운 진보정치를 위한 소중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상처투성이, 결점투성이의 통합진보당이 거듭날 수 있도록 감히 마지막 기회를 주시길 청하겠다”고 말했다. 심 대표는 4·11 총선 때 경기 고양덕양갑에 출마해 당선됐다.
유 대표는 “19대 총선에서 13석과 10%가 넘는 정당지지를 주신 유권자의 기대에 부응하는 당을 만들지 못해 죄송하다”고 고개를 떨궜다. ‘궤변과 기행의 정치인’으로 불리던 유 대표는 이번 파문을 거치면서 줄곧 민주주의 기본원칙을 강조하고, 폭력사태 때는 사회를 보던 심 대표를 몸으로 끝까지 지켜내 네티즌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비례대표 12번을 받았으나 그것도 사퇴했다.
입원 치료를 받고 목 보호대를 하고 국회에 나온 조 대표는 “당의 주인은 당원이고 정치의 주인은 국민”이라며 “국민 여러분에게 있는 그대로 보고하고 질책 받고 시정해 나가는 것이 시대적 요구”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위원장을 지낸 조 대표는 비례대표 경선부정 진상조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소신 있게 조사하고 발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당권파로부터 집중 폭행을 받기도 했다. 조 대표는 통합진보당에 대한 민주노총의 계속적인 지지를 호소했다.
성기철 기자 kcs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