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센터 25시…명의를 찾아서] (16) 대전 건양대병원 암센터
입력 2012-05-14 18:47
진료 드림팀-첨단장비… 작지만 강한 중부권 선두주자
암에 걸린 사람은 누구나 우리나라에서 가장 치료를 잘하는 병원, 최고 의술을 가진 의료진에게 치료를 받기 원한다. 암 진단을 받은 환자와 가족이 대부분 가장 먼저 수도권의 대형병원에서 치료를 받겠다고 생각하는 이유다. 이는 실제 암 환자들의 수도권 쏠림 현상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꼭 그래야 하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답은 ‘반드시 그렇진 않다’이다. 수도권의 대형병원이나 해외의 유명 암센터를 찾아 소위 명의의 검사와 치료를 받기 위해 짧게는 한두 달, 길게는 3∼6개월씩 대기하는 동안 암세포는 주인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계속 빠르게 퍼져 치료적기를 놓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아무리 명의라도 손을 쓸 수가 없게 된다. 그래서 암 치료는 최초 진단과 동시에 가능한 한 빨리 적절한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지리적으로 우리나라 중심부 대전에 있는 건양대병원 암센터는 이럴 때 마음 편하게 암 치료를 맡길 수 있는 지방 대학병원 중 한 곳이다. 이 암센터는 경기, 호남, 영남권 지역에서도 자동차로 2시간이면 도달할 수 있는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건양대병원 암센터를 총괄 지휘하는 박창일 의료원장은 14일 “국내 의료기술은 이미 세계에서 인정을 받고 있으며, 각 병원 및 의료진의 활발한 교류로 인해 암 진단과 치료란 기술적 측면에서 도시와 지방의 격차도 많이 좁혀진 상태”라며 “건양대병원 암센터는 그 선두주자가 될 것임을 자부한다”고 말했다.
◇작지만 강한 ‘강소’ 암센터 지향=건양대병원은 지난해 11월 수도권의 대형 암센터를 이용하기가 어려워 오갈 데 없는 중부지역 암 환자들을 도울 목적으로 암센터를 개원했다. 연면적 8665㎡,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로 약 3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현재 운영 중인 암 전문 진료 팀은 △위암팀(팀장 민현식·외과 교수) △간암팀(팀장 강영우·소화기내과 교수) △부인암팀(팀장 정언석·산부인과 교수) △비뇨기암팀(팀장 김진범·비뇨기과 교수) △대장암팀(팀장 최원준·외과 교수) △췌담도암팀(팀장 최용우·소화기내과 교수) △유방·갑상선암팀(팀장 윤대성·외과 교수) △폐암팀(팀장 김영진·흉부외과 교수) △뇌종양팀(팀장 김종현·신경외과 교수) 등 9개다.
건양대병원은 이들 암의 진단과 치료에 관여하는 소화기내과, 호흡기내과, 혈액종양내과, 산부인과, 비뇨기과, 흉부외과, 신경외과, 방사선종양학과 등의 외래진료도 암센터 안에서 시행 중이다. 환자들이 검사와 치료를 위해 여기 저기 움직이는 불편을 최소화하고, 의사들 간 협진이 원활히 이뤄지도록 하기 위한 배려다.
암팀장들은 정기적으로 합동 회의를 한다. 암센터 차원에서 환자에게 필요한 협진 시스템의 발전방향을 모색하고 환자에 대한 맞춤치료 계획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다.
건양대병원은 지난해 암센터 개원에 맞춰 전국의 유명한 암 전문 의사들도 다수 초빙했다. 방사선 암 진단 및 치료 분야의 명의로 알려진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영상의학과 유형식, 최규옥 교수팀을 비롯해 뇌종양 수술의 권위자인 서울삼성병원 신경외과 김종현 교수 등이 바로 그들.
이밖에 췌담도암 분야의 최용우 교수는 췌장에 생긴 종양 조직의 일부를 떼어내 암의 병기와 악성 정도를 판정하는 췌장암 생검술 분야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하고 있고, 장기이식센터장인 최인석 교수는 간암 복강경 절제술, 폐암팀장인 김영진 흉부외과 교수는 흉강경을 이용한 폐암 수술 분야의 명의로 각각 입소문이 나 있다.
◇최첨단 암 진단 및 치료 장비 두루 갖춰=건양대병원 암센터가 가동 중인 최첨단 암 진단 및 치료 장비도 수도권 대형 암센터에 비해 손색이 없다. 한 예로 2007년 국내 최초로 도입한 방사선 암 치료 장비인 ‘로봇사이버나이프’에다 ‘래피드아크(RapidArc)’까지 둘 다 가진 병원은 건양대병원 암센터를 포함해 국내에 4곳밖에 안 될 정도.
래피드아크는 하나의 회전축을 기준으로 방사선 치료의 3가지 요소(방사선량, 조사 모양, 조사 방향)를 가장 이상적으로 결합해 치료하는 방사선 암 치료 장비이다. 치료 시간이 매우 짧아 환자가 방사선 치료 중 스트레스를 거의 받지 않으며, 환자가 숨을 쉴 때의 미세한 움직임 때문에 생길 수 있는 오류도 자동으로 잡아주는 이점이 있다.
또 우수한 성능과 최상의 영상화질을 제공하는 128채널 CT는 기존의 일반 CT보다 최고 32배 빠른 속도로 검사를 진행, 진정제를 따로 놓을 필요도 없이 어린이 암 환자와 노인 암 환자의 응급 진료 시 발군의 효과를 나타낸다.
건양대병원 영상의학과 의료진은 이를 이용, 암 환자가 맞는 방사선 피폭량을 최소화하고도 모든 부위 영상을 0.35㎜ 단위로 잘라 이상 여부를 구별하고 있다. 이 검사는 뇌종양 진단을 위한 두부(頭部)검사를 포함해 폐암 진단을 위한 흉부검사와 간암 췌장암 신장암 대장암 등의 진단을 위한 복부검사에도 다양하게 활용된다.
◇비용 대비 효과 최상급 암센터 도약=건양대병원 암센터는 또한 암 진료 시 ‘최소 비용 최대 효과’를 지향, 지역 암 환자들에게 큰 호응을 받고 있다.
첫째는 시간 절약이다. 모든 암의 진단에서 치료를 대부분 2주 안에 끝내는 것을 목표로 운영된다. 각 암 진료 팀이 수시로 환자 상태에 따라 치료방향을 상의해 결정하므로 항암 화학요법, 방사선 치료 및 수술이 일사천리로 이뤄진다. 암 환자들과 의료진은 그만큼 암 치료에 소비되는 시간을 줄이고, 쓸데없는 의료비 낭비 위험까지 낮추는 효과를 얻고 있다.
둘째는 다른 병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암 치료비다. 건양대병원은 ‘특진비’를 더 많이 챙길 수 있는 상급종합병원 수준의 시설과 실력을 갖추고도 2차 의료기관급 종합병원의 지위를 고수하고 있다. 이는 무엇보다 ‘의료 서비스로 돈을 벌려 해선 안 된다’는 건양대병원 김희수 이사장의 강력한 경영 방침에 따라 어려운 처지의 암 환자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다.
암이 의심될 경우 필요한 검사들을 가능한 한 방문 당일 모두 마칠 수 있도록 특별 배려해 주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암으로 판정되면 바로 입원할 수 있다. 이 역시 암 환자와 가족들이 교통비, 숙박비 등 병원 밖에서 돈을 허비하지 않게 하기 위한 것이다.
건양대병원 전 직원은 상의에 ‘월드 퀄리티 위드 러브(World Quality with Love)’라고 쓰인 노란색 ‘배지’를 달고 있다. 박창일 의료원장은 “세계 수준의 의료, 가족 같은 사랑’이라는 뜻으로 국내 최고 수준의 병원에 안주하지 말고 세계 수준의 글로벌 병원으로 발전해가자는 다짐과 바람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건양대병원은 2020년까지 현재의 병원 앞 3만평 대지에 새 암센터를 포함, 총 1000병상 규모의 최첨단 유비쿼터스 병원을 신축해 제2의 도약에 나설 계획이다.
박창일 암센터 총괄 의료원장은
△인천(1946) △연세대 의과대학(1972) △연세대 대학원 의학과 박사(1982) △연세대 의과대학 재활의학과 교수(1982) △독일 뮌헨대 소아센터 연수(1986∼1987) △독일 하이델베르크대 척수손상센터 연수(1987) △연세의대 재활의학연구소 소장(1995∼1996) △연세의료원 기획조정실장(1998) △연세의대 재활병원장(2000∼2005) △세브란스병원장(2005∼2008) △세계재활의학회 회장(2006∼2008) △몽골국립의대 명예박사(2010) △연세대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2008∼2010) △한국인체조직기증지원본부 이사장(2010∼현재) △건양대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2011∼현재)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