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폭력 사태] 대표단 폭력 누가·왜… 당권파 중앙위원들이 주도?

입력 2012-05-13 20:10
12일 밤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통합진보당 중앙위원회에서 발생한 초유의 폭력사태는 당권파 핵심인 ‘경기동부연합’ 소속 당원과 경기동부연합을 지지하는 대학생들이 주도한 것으로 지목되고 있다. 폭력사태 현장에는 ‘21세기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 의장과 한대련 집행위원장이 참관인으로 있었다. 또 통합진보당 학생위원회 소속 학생 등이 가세한 것으로 전해졌다. 때문에 이들이 경기동부연합의 숨은 실력자 이석기 비례대표 당선자와 한대련 집행위원장 출신인 김재연 비례대표 당선자를 보호하기 위해 조직적이고 계획적인 모의를 한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이정희 공동대표가 중앙위원회 회의가 개막되기 전에 대표직 사퇴를 선언하고 회의장을 빠져 나간 점과 이석기 당선자가 회의 시작 직전에 회의장에 들러 당원들을 만난 사실도 ‘계획된 폭력’ 시나리오를 더욱 뒷받침하고 있다.

김재연 당선자도 이날 중앙위 회의장 한켠에서 폭력사태를 지켜보다 취재진을 피해 한대련 학생들 사이로 몸을 숨기는 모습이 포착됐다. 비당권파 측은 당권파 중앙위원과 학생들이 모종의 회의 진행 방해 지시를 받은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2007년 이후 한대련에 대거 들어온 경기동부연합 학생들은 의장부터 집행위원장, 사무처장에 이르기까지 핵심 요직을 장악했다. 경기동부연합이 이 조직을 장악하기 위해 대학생들에게까지 ‘지도사업’을 펼친 게 큰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이른바 ‘이석기 키즈(kids)’를 경기동부연합이 육성해 왔다는 것이다.

참관인으로 참여한 학생들과 당권파 중앙위원들이 중앙위가 인터넷으로 전국에 생중계되고 있음에도 비당권파의 유시민, 조준호 공동대표에게 무차별 폭력행위를 일삼은 것은 “무조건 이석기, 김재연 당선자의 국회 등원만은 관철시키자”는 결의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중앙위에서 심의·의결될 예정이던 비례대표 집단 사퇴 안건을 막아내면 두 당선자의 19대 국회 등원이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19대 국회 임기가 시작되는 오는 30일 이전에 두 당선자가 자진사퇴를 하지 않는 한 국회 등원을 저지할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없다. 통합진보당이 이들을 국회 임기 개시 전에 출당시키면 되지만 당권파와 비당권파가 치열하게 맞서고 있는 현재로서는 이마저도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이용웅 기자 yw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