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동성혼 지지로 기독인 역풍?… 롬니는 기독교계 표심 공략위해 “동성결혼 반대”로 승부수
입력 2012-05-13 19:36
동성결혼 지지를 선언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전술에 대항해 공화당의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이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기독교인들을 파고드는 전략으로 정면 승부수를 던졌다. 당장 복음주의 기독교 지도자들이 이에 호응하고 있어 오바마의 동성결혼 지지전략이 자칫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몰몬교도인 롬니가 구사하는 기독교계와의 연대의 고리는 ‘동성애자 결혼 반대’ 등 가치체계의 동일함이다. 특히 버지니아 노스캐롤라이나 미주리 플로리다 오하이오 등 이른바 ‘경합주(swing state)’에 보수 성향의 복음주의(evangelical) 교세가 강하다는 점에서 앞으로 롬니가 기독교인들로부터 얼마나 전폭적인 지지를 얻느냐가 향후 대선 판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롬니는 12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 린치버그의 리버티대학교 졸업식 연설에서 자신이 보수 기독교인들과 신학이나 정치적으로 동일한 믿음과 신앙체계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몰몬교인 그의 신앙은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리버티대학은 2007년 별세한 미 복음주의 지도자 제리 팔월 목사가 세운 미션스쿨이다.
잇따라 신과 역대 기독교 지도자 및 사상가들을 언급한 뒤 롬니는 미국 전통의 기원은 “사람이 아니라 신을 신뢰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가 “결혼은 남성과 여성의 결합이어야 한다”며 동성결혼에 대한 반대를 밝히자 3만4000여명의 청중들이 모두 일어나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이날 연설은 롬니의 선거유세 중 가장 종교적인 색채가 짙었다는 게 미 언론들의 분석이다. 기독교 지도자들의 긍정적인 평가도 잇따랐다.
공화당 경선에서 릭 샌토럼 후보를 지지해 온 토니 퍼킨스 가족연구위원회 회장은 “그는 우리와의 신학적 차이는 인정하면서도 결혼과 가족 등 공유하는 가치들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며 “아주 훌륭한 연설이었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2007년 미국통계요록에 따르면 미국인 가운데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은 28.6%로 천주교인(24.5%) 주류 개신교인(13.9%) 등을 능가한다.
특히 ‘바이블 벨트(bible belt)’로 불리는 남부와 중서부 지역에서 교세가 강해 미 대선 판도에 큰 영향을 미쳐왔다.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각각 2004년과 2008년 대선에서 복음주의 기독교인들로부터 79%, 76%의 지지를 받았다.
한편 여론조사기관 라스무센에 따르면 오바마의 동성결혼 지지선언 사흘 뒤인 12일 여론조사에서 롬니가 50% 지지를 얻어 오바마를 8% 포인트 앞섰다.
롬니가 라스무센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50%를 넘긴 것은 처음이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