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라운지-배병우] 20억弗 투자손실 JP모건 ‘추태’

입력 2012-05-13 19:37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쓰나미가 지나간 세계 금융계에서 JP모건체이스와 그 최고경영자(CEO) 제이미 다이먼은 유일하게 빛나는 이름이었다. JP모건체이스는 2008년 3월 부도위기에 몰린 투자은행 베어스턴스, 같은 해 9월에는 파산한 저축은행인 워싱턴뮤추얼을 사들이며 미국 최대은행으로 올라섰다.

하지만 JP모건의 최대 은행 등극은 ‘제이미 다이먼 신화’의 작은 부분에 불과했다. 금융계의 큰손들이 거의 모두 괴멸적 피해를 입은 금융위기를 예측하고 적절한 리스크 관리로 피해갔다는 다이먼의 이야기는 국제금융계의 신화가 됐고, 그에게는 구세주 같은 후광이 더해졌다.

금융위기 이후 월가에 겨누어진 미 정부의 금융규제 움직임에 거침없는 목소리로 가장 ‘용감하게’ 맞선 사람이 다이먼이었다. ‘월가 최고의 리스크 관리자’라는 자신감과 위기 이후 드리워진 후광이 바탕이 됐음은 물론이다.

그는 IB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 도드-프랭크법, 볼커 룰 등의 규제가 은행들의 자금 조달능력을 떨어뜨린다고 지적했다. 또 정부가 더 엄격한 규제를 적용하기로 한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금융회사(SIFI·Systemically Important Financial Institution)’에 대한 정의부터 문제가 많다고 비난했다.

다이먼은 지난달 초 주주들에게 보낸 연례서한에서 “(월가 금융사의)로비 활동은 적절하며 오히려 정부의 부자연스러운 규제가 미국의 경기 회복을 늦추고 있다”고까지 주장했다.

하지만 10일 JP모건의 위험을 관리하는 최고투자부서(CIO)에서 파생상품에 잘못 투자해 20억 달러(약 2조2900억원) 이상의 손실이 났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분위기는 급변하고 있다.

JP모건은 정부나 기업 채권의 부도 위험을 상쇄하기 위해 신용부도스와프(CDS)에 투자했다가 거액의 손실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은행들이 ‘위험회피 수단’이라는 명목 하에 차입금이나 자기자금을 이용해 파생상품에 투자하는 것을 제한해야 한다는 볼커 룰의 핵심 조항과 정확히 일치한다. 게다가 손실액이 10억 달러 이상 더 늘어날 가능성 있는데다 JP모건이 볼커 룰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금융당국을 상대로 로비를 했다는 의혹까지 더해져 파장은 더욱 커지고 있다.

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