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공동창업자 세버린의 꼼수… 세금 피해 美국적 포기
입력 2012-05-13 19:11
미국에 워런 버핏처럼 세금을 더 내겠다는 부자만 있는 게 아니다. 이 나라에서도 세금 폭탄을 피하기 위한 고소득자들의 탈미국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인터넷기업 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를 앞두고 있는 페이스북의 공동창업자 에두아르도 세버린(30)도 그런 사람들 가운데 한 명이다. 세버린이 미국 국세청이 4월 30일 발표한 국적 포기자 명단에 올랐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12일 보도했다.
페이스북을 다룬 영화 ‘더소셜네트워크’에는 세버린을 초기 자본을 댔으나 페이스북에서 쫓겨난 사람으로 묘사한다. 세버린의 페이스북 지분은 현재 약 4%로 추정된다. 후오운스페이스북닷컴(whoownsfacebook.com) 사이트는 그의 지분을 38억4000만 달러 정도로 평가하고 있다.
브라질 태생으로 현재 싱가포르에 거주하고 있는 세버린은 1992년 미국으로 건너와 98년 시민권을 얻었다.
세버린의 대변인은 “세버린이 앞으로 이곳에서 계속 거주할 작정이기 때문에 싱가포르 국민이 되는 것이 훨씬 실제적”이라고 국적포기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국적 포기는 지난해 9월 이뤄졌다”고 덧붙였다.
그의 국적포기는 페이스북 기업공개에 따른 엄청난 세금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미국 국민은 세계 어느 곳에 거주하든 전 세계에서 벌어들인 소득에 대한 납세의무가 있다. 특히 고소득층에 대한 소득세율은 현행 35%에서 내년에 39.6%로 올라간다. 반면, 싱가포르는 외국에서 발생한 소득에 대해서는 과세하지 않는다.
하지만 세버린이 미국의 모든 세금을 피해갈 수 있는 건 아니다. 왜냐하면 미 국세청은 국적을 포기한 사람들에게 일종의 출국세를 매기기 때문이다. 즉 보유한 주식에 대해 이것이 팔린 것으로 간주해 금융소득세를 부과하는 것이다. 미시간 로스쿨의 루벤 아비연하는 “절세 목적이라면 기업공개 전에 국적을 포기하는 것은 아주 영리한 아이디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 국적 포기자는 2008년 235명에서 지난해 1780명으로 크게 늘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