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좌파 올랑드, 부유세 폭탄 예고… 부자들 ‘엑소더스’ 조짐

입력 2012-05-13 19:11

프랑스 최상위 부자들은 요즘 자기 나라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기분을 느낀다. 부자를 싫어한다고 노골적으로 인정한 인물이 대통령에 당선됐기 때문이다. 프랑스 부자들은 그래서 영국 런던 등 다른 유럽지역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프랑수아 올랑드가 세금을 75%까지 올리겠다고 공언한 데 비해 영국은 고소득층의 세금을 50%에서 45%로 오히려 깎아줄 방침이기 때문이다.

“런던 도심에서 일했고, 사우스 켄싱턴 지역에서 살았다”는 한 프랑스 금융인은 3개월 내에 영국으로 다시 돌아갈 생각이라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12일(현지시간) 전했다. “문제는 올랑드의 공약이 정책에서 얼마나 현실화될 것인가”라고 그는 말했다.

프랑스 부자와 외국기업인들이 부유세를 피해 프랑스를 대탈출하려 한다고 텔레그래프가 이날 보도했다. 15일 취임하는 올랑드는 1000만 유로(약 148억원) 이상 소득자에게 최대 75%까지 세금을 물릴 방침이다. 현행 소득세 최고 세율은 41%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일괄적으로 적용되는 법인세 34.4%도 앞으로 대기업은 35%로 높이고 중소기업은 15%로 낮아진다.

프랑스 국민가수인 조니 할리데이는 7년 전 과중한 세금 부담을 피해 스위스로 이주해 ‘세금 망명자’로 불린다. 현지 언론은 매년 부유한 프랑스인 1만명이 할리데이처럼 세금을 덜 내는 유로존 국가로 떠나고 있는데, 올랑드가 집권하면 세금 망명자가 급증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파리에 있는 사모투자펀드와 외국계 은행은 이미 경영진을 위해 런던에 사무실을 준비하고 있다. 한 헤지펀드 매니저는 “프랑스 최고소득층의 엑소더스는 런던에 자리잡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는 위기 상황을 대비하기 위한 비상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미 프랑스인 수만 명이 거주하고 있는 런던 첼시와 사우스 켄싱턴이 유력 후보 지역이다. 프랑스 의료진과 식당, 교육기관 등이 갖춰져 21세기의 비공식적인 파리시라 불린다.

사우스 켄싱턴의 한 부동산업체는 “올랑드의 승리가 예측됐던 수주 전부터 부동산 문의가 50% 급증해 프랑스어에 유창한 직원을 고용했다”고 말했다. 한 업체는 “앞으로 3개월 안에 런던 중심가에 프랑스인의 유입이 크게 늘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업체 ‘나이트 프랭크’의 제임스 페이스 회장은 “올랑드의 당선은 프랑스 혁명과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의 집권이 이어 프랑스 역사상 세 번째로 큰 엑소더스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