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주저축銀 간부가 300여명에 ‘가짜통장’ 166억 빼돌려… “도덕적 해이 막장 치달아” 비난 봇물

입력 2012-05-13 21:55

지난 6일 영업정지된 한주저축은행에 5000만원 미만의 돈을 예금했던 A씨는 가지급금 지급 첫날인 지난 10일 인터넷으로 신청하던 중 ‘해당 사항이 없다’는 문구를 보고 화들짝 놀랐다.

A씨는 예금보험공사로부터 해당은행으로 가보라는 얘기를 듣고 충남 조치원까지 한달음에 달려갔지만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어야 했다. 은행 관계자로부터 “어디에도 A씨 이름으로 된 자료가 없다”는 것이었다. A씨는 예금보험공사에 자초지종을 물으니 “여직원이 돈만 받고 가짜통장을 만들어준 것”이라는 답변을 들었다.

A씨는 “은행에서 돈을 받고 가짜통장을 줄 것이라고 상상이나 했겠느냐”며 “다른 사람들처럼 번호표 뽑고 돈을 맡겼을 뿐인데 이런 일이 발생했다”고 한탄했다. A씨는 자신의 억울한 사연을 모 포털사이트의 한 카페에 올렸고 많은 네티즌들은 동정과 공분의 댓글을 달고 있다.

한주저축은행에서 고위 임원이 300여명의 고객에게 ‘가짜통장’을 발급하고 166억원가량을 빼돌려 달아난 사실이 드러나면서 저축은행의 도덕적 해이가 막장으로 치닫고 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게다가 이 같은 수법이 한주저축은행에 국한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구심이 예금자 사이에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어 저축은행 및 감독당국에 대한 불신이 고조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대포통장으로 고객 돈을 빼돌린 한주저축은행의 임원은 예금자 돈을 받아 원장에 입력하지 않고 내부 테스트용 단말기로 통장에 금액 등을 찍는 수법으로 가짜통장을 발급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지점이 없고 본점만 있는 소형 저축은행이어서 고객을 속이기 쉬웠다고 한다. 이런 수법으로 빼돌린 금액은 166억원, 피해자는 300명 이상인 것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저축은행 예금자들은 극도의 불안감을 보이고 있다. 네티즌 ‘omdyoyo’는 한 카페에서 “갑자기 갖고 있는 저축은행 통장들이 다 의심이 간다. 저축은행 믿음이 떨어지면 살아남은 저축은행들도 피해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네티즌 ‘피터팬’도 “세상 어떤 예금가입자가 돈 주고 통장 받아오지 전산에 입력했는지까지 확인하느냐”고 반문했다.

일부에서는 1970~80년대 수기통장 시절에나 종종 드러났던 가짜통장이 첨단 금융시스템이 작동하는 요즘 같은 시대에 발생한 것에 대해 금융당국의 감독 소홀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아울러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저축은행 내부 감사시스템 확충 및 저축은행 전수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