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영향평가 현장조사 왜 부실한가 했더니… 업체 1곳, 하루에 5군데 겹치기 조사

입력 2012-05-13 21:49


환경영향평가 자연환경분야의 현장조사가 한 업체당 같은 날에 5군데까지 겹치기로 이뤄지는 등 부실하게 진행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몇몇 자연환경분야 조사업체가 열악한 인력사정에도 불구하고 많은 개발사업의 동식물상 현장조사를 맡기 때문이다. 영세 조사업체의 과당경쟁과 저가수주 탓에 부실 조사를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 조사팀은 11일 공주대에서 열린 한국환경영향평가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발표한 ‘환경영향평가 현장조사 실태 및 문제점’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지적했다.

KEI가 2009∼2010년 검토의뢰를 받은 환경영향평가서 1542건을 분석한 결과 사업체 간 현장조사 일수가 큰 편차를 보이는 것으로 드러났다. 자연환경분야에서 총 조사일수 기준 상위 5개 조사업체(A∼E)의 경우 2년간 현장조사 일수가 각각 569일, 319일, 163일, 151일, 142일이었다. 현장조사 일수 중 다른 사업 조사기간과 중복되는 일수는 각각 191일, 118일, 15일, 24일, 16일이었다. 반면 나머지 14개 업체의 현장조사 일수는 100일 이하였다. 특히 7개 업체는 50일 이하였고, 가장 적은 업체는 12일에 불과했다.

공동조사팀 전동준 KEI 연구위원은 “상위 2개 업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현장조사를 수행한 것으로 돼 있다”면서 “부실작성 논란까지 일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강원도의 골프장, 조력발전소, 도로 등 개발사업의 환경영향평가에서 누락됐던 멸종위기종 등 법적보호종이 추후 발견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A업체의 경우 2009년 10월 27일∼11월 4일 낙동강, 금강, 영산강 등의 4대강사업 7개 구간의 현장조사를 맡았다. 10월 30일에는 전국적으로 서로 300㎞ 떨어진 4곳에서 동시에 동식물상 현장조사를 했다. 특히 10월 29일부터 5일간에는 금강구간 180㎞에 걸친 8개 공구에 대한 식물, 식생, 포유류, 조류, 양서·파충류, 곤충 현황조사가 실시됐다. A업체에는 20명의 인력이 있지만 박사는 3명뿐이고 석사 8명, 학사 9명이다. 전 위원은 “석·학사들은 보조업무만 가능하므로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조사일정”이라고 말했다.

B업체는 2009년 6월 22∼26일 경남·북 5개 개발사업의 동식물상 현장조사를 동시에 실시했다. 25일에는 5개 사업지구 전체에서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이 업체의 직원은 11명, 박사는 1명에 불과하다.

보고서에 대해 학회에 참가한 환경영향평가 대행업계 관계자들은 “상황이 이렇게 심각한 줄 몰랐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 위원은 전했다. 그는 “조사사업의 일부 업체 편중이 역량보다는 저가수주 관행 때문”이라며 “개발사업자가 환경영향평가 대행업체를 선정하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조사팀의 노태호 연구위원도 “주요 사업에 대해서는 지방환경청에서 대행업체를 선정토록 하는 게 대안”이라고 말했다.

임항 환경전문기자 hngl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