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폭력 사태] 당권파 사무총장 “전자회의 인정 못해”-비당권파 “장원섭 쿠데타”
입력 2012-05-13 23:32
통합진보당이 사실상 쪼개졌다. 비당권파는 13일 저녁 전자회의로 중앙위원회를 개최했다. 당권파는 이 회의가 “원천무효이며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비당권파는 비례대표 후보 총사퇴 등을 밀어붙이는 반면, 당권파는 이를 불법이라고 주장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정치적으로는 이미 분당 상태다.
이정희 공동대표의 사퇴로 중앙위 의장이 된 심상정 공동대표는 저녁 8시부터 비공개로 중앙위 전자회의를 속개했다. 안건은 비례대표 후보 총사퇴와 비상대책위 구성 등이다. 유시민, 심상정, 조준호 공동대표들은 중앙위 속개에 앞서 오전에 중앙위 토론회를 가졌다. 전날 폭력사태로 입원 중인 조 공동대표는 토론회에 참석지 않고 의견을 제시했다. 토론회에서 대표단은 또 다시 당권파가 주도하는 폭력사태가 발생할 것을 우려, 전자회의를 열어 전자투표로 안건을 처리키로 결정했다. 중앙위는 14일 오전까지 계속됐다.
당권파는 “중앙위는 무자격자가 소집한 원천무효 회의”라고 주장했다. 의장단은 중앙위 회의가 끝날 때까지 공동대표직이 유지된다는 입장이나, 당권파는 이 공동대표와 함께 다른 공동대표들도 대표직을 사퇴한 것으로 간주하며 심 공동대표의 중앙위 의장 자격을 문제 삼았다.
당권파인 장원섭 사무총장은 기자회견을 갖고 “심 공동대표가 중앙위 정회 선포 당시(12일), 속개 시간을 밝히지 않은 것은 당헌·당규에 어긋난다”며 “(전자투표 개최에) 가담한 당직자들은 당규에 따라 엄격히 처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당 시스템의 사용을 허락할 수 없다”며 전자회의를 “사적행위”라고 규정해 공동대표의 결정을 뒤집는 ‘하극상’을 벌였다. 비당권파에서는 ‘장원섭의 쿠데타’라는 조롱이 나왔다.
이에 심 공동대표는 “속개 시간을 알려야 했지만 중앙위 정회는 폭력에 의한 것”이라며 “장 사무총장은 실무진을 지휘하는 권력관계를 이용해 당헌을 파괴했다”고 맞받아쳤다. 이어 “이 공동대표와 정치적 인생을 같이해야 하는데 사무총장으로 남아있다는 것 자체가 정치적 양심이 없다”고 비판했다.
당권파는 당 안팎의 강력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중앙위 원천무효 주장 등 막무가내식 버티기를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이달 말까지 버티기만 하면 당권파 핵심 이석기, 김재연 당선자는 국회의원이 된다. 그것은 민족해방(NL)계 주축들이 입법부에 들어선다는 뜻이다.
통합진보당은 국고보조금 수십억원과 정당 자체가 생산해낼 수 있는 여러 ‘일자리’라는 현실적인 이유 때문에 선뜻 공식적인 분당을 결정하지는 못하고 있다. 당권파들이 19대 국회 개원 때까지 내부 투쟁을 지속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폭력사태에 대한 검찰 수사도 향후 변수다. 시민단체인 활빈단은 이날 폭력행위 관련자와 이석기 당선자 등의 반국가적 행위 여부 등을 수사해달라고 대검 공안부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강력한 쇄신안을 내놓지 않을 경우 지지를 철회하겠다고 밝힌 민주노총도 오는 17일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최종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김명호기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