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폭력 사태] 난장판 된 중앙위… ‘광란의 9시간30분’ 자멸수순 택한 통합진보

입력 2012-05-13 19:41


통합진보당 중앙위원회는 그야말로 난장판이었다. 9시간30분 동안 정회와 속개를 반복한 회의는 시작부터 끝까지 욕설과 고성, 폭력으로 뒤범벅됐다.

12일 오후 2시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중앙위원 500여명과 참관인 400여명 등 9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중앙위는 회의 전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당권파들은 2시간 전부터 회의장에 도착해 ‘합의정신 이행을 위한 촉구대회’를 열었고 회의장 밖에서는 ‘거짓과 허위의 진상보고서 폐기하라’ ‘당원 총투표를 실시하라’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곳곳에서 피켓시위도 벌어졌다.

이정희 공동대표는 개회 전 “화합해 국민들 속에서 진보당을 다시 세워주길 당부한다”는 사퇴의 변을 남기고 회의장을 떠났다. 역시 대표직 사퇴의사를 밝힌 심상정 공동대표가 의장을, 유시민 조준호 공동대표가 부의장을 각각 맡았다.

그러나 개회 선언마저 쉽지 않았다. 심 공동대표가 “재적 912명 중 오후 2시12분 기준으로 546명의 중앙위원이 참석해 성원이 됐다”고 보고하자 당권파는 “참여당계 쪽 중앙위원 50여명이 무단으로 교체됐다”며 회의 해산을 요구했다. 애초부터 회의 진행을 못하게 할 심보였다. 심 공동대표가 4건의 안건 설명에 들어갔지만 참관인석에서 ‘성원보고’ ‘명부확인’ 등의 구호와 함께 욕설과 야유가 쏟아졌다. “참관인석에서 야유나 고함치는 분이 있으면 퇴장시키겠다”는 경고도 쉽게 무시됐다. 결국 1시간45분 만에 첫 정회가 선언됐다.

심 공동대표는 오후 4시24분 “회의 초반에 빡빡하게 했는데 미안하다”고 사과한 뒤 1호 안건인 ‘강령개정안 심의·의결 건’을 상정했고, 당권파 중앙위원 50여명은 일제히 일어나 “유령 중앙위원 나가라”고 고함쳤다. “불법 중앙위 중단하라”는 구호도 터져 나왔다. 회의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심 공동대표는 잠시 휴회를 선언하고 오후 5시30분 속개를 추진했으나 저항이 거세자 40분간 정회를 다시 선포했다.

저녁식사 후 속개된 회의에서 심 공동대표가 1호 안건을 토론에 부치려고 하자 당권파 중앙위원들은 의장석이 있는 단상까지 난입해 회의 진행을 방해했다. “내려가 달라. 이게 지금 뭐하는 짓인가”라고 요구해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들은 진행요원과 심한 몸싸움도 벌였다. 결국 7시15분 또다시 정회가 선포됐다.

‘서부활극’의 한 장면은 오후 9시40분 벌어졌다. 오후 9시 속개된 회의에서 당권파들이 정회를 요구했지만 심 공동대표는 정회여부를 표결에 부쳤다. 정회가 부결되고 심 공동대표는 곧바로 1호 안건의 통과여부를 중앙위원에게 물어 다수가 찬성 의사를 표시하자 “만장일치로 통과됐다”고 선언해버렸다. 이에 흥분한 당권파 중앙위원과 참관인 수십명은 물병을 던지며 단상으로 몰려가 유시민 조준호 공동대표 등에게 거침없는 폭력을 휘둘렀다.

조 공동대표는 머리채를 잡힌 채로 무차별 폭행을 당해 실신했고 옷이 찢어졌으며 인근 병원에 입원 중이다. 유 공동대표는 주먹으로 맞아 안경이 날아갔다. 곳곳에서는 단상에 진입하려는 당권파와 이를 막으려는 비당권파 간에 극심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심 공동대표는 유 공동대표가 몸으로 막아 다행히 봉변을 피했다.

이후 당권파 100여명은 단상 아래에서 농성을 벌였다. 심 공동대표는 오후 11시30분 무기한 정회를 선포한 뒤 “속개할 시간과 장소를 다시 정해서 알려 주겠다”며 회의장을 빠져 나갔다.

이용웅 기자 yw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