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뛰고 먹고 ‘예수님’ 말안해도 전도 저절로… 안산 영광교회 주민 섬기는 축제 현장

입력 2012-05-13 18:38


12일 경기도 안산 두배미공원. 오전 10시가 되자 호원초등학교 관현악부의 플룻 공연이 시작됐다. 공원광장엔 10개의 대형천막이 설치됐다. 떡볶이와 부침개, 식혜 등을 판매하는 음식나눔 바자가 제일 인기가 많았다. 페이스페인팅, 물풍선 던지기 등 놀이코너에도 주민이 다수 몰렸다. 이어 초지동 문화교실 사물놀이팀과 강서고 수아동아리 공연, 안산지역 청소년 댄스팀 경연과 풋살, 길거리 농구대회가 댜채롭게 펼쳐졌다. 2000여명의 인근 아파트 주민들은 가족과 함께 모처럼 오붓한 주말을 보냈다.

이날 축제를 주최한 곳은 시나 구청, 주민센터가 아닌 안산 영광교회였다. 그럼에도 교회이름은 지역저소득 가구에 20㎏쌀 100포를 전달할 때 딱 한번 나왔을 뿐이다. 교회에서 나온 100여명의 자원봉사자도 “예수님 믿으세요”라는 말은 꺼내지 않았다. 비신앙인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기 위한 배려에서였다.

정덕훈(55) 담임목사도 청바지에 나비넥타이를 매고 주민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렸다. 정 목사는 “오늘 축제에 참석한 저분들은 비록 교회에 출석하지 않더라도 우주적 관점에서 교인”이라면서 “주민축제는 지역공동체를 향해 우리 교회가 놓고 있는 수십 개의 다리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손자와 함께 참여한 양순란(65·여)씨는 “지역주민들을 위해 영광교회가 많은 일을 하고 있어 평판이 좋다”며 즐거워 했다. 임철웅 단원구청장은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학교와 영광교회, 지역사회가 함께한 희망페스티벌 축제가 정말 뜻 깊다”고 말했다.

1000여명이 출석하는 영광교회는 재정의 30%를 지역사회를 위해 내놓고 있다. 4년 전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아동범죄·학교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교회 승합차 2대로 지역 초중고교 주변을 도는 ‘아동범죄 예방순찰대’도 운영하고 있다. 또 발달장애와 사회부적응, 학습장애 등을 앓고 있는 청소년을 상담하는 코칭센터도 3년 전부터 운영하고 있다. 지역시민과 공무원을 위한 안산시민공로상도 9년째 수여하고 있다.

정 목사는 “한국교회가 좋은 일을 많이 하면서도 지역에서 오해를 받는 것은 성전 밖 주민들과 함께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앞으로도 지역주민들과 함께 호흡하는 교회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안산=글·사진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