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심영기 (1) 중년 넘어 만난 하나님 “돈·명예보단 仁術을”
입력 2012-05-13 18:16
“선생님, 제 다리에 튀어나온 혈관을 없애주세요. 독일에서는 주사로도 쉽게 할 수 있다고 하던데요.”
1994년 어느 날이었다. 내 진료실로 찾아온 한 아주머니가 바지를 걷어 올려 종아리를 내보이고는 뜬금없는 말을 했다. 내가 봐도 툭 불거진 혈관이 보기에 흉했다. 하지만 미용성형을 주로 해온 나로선 시술해보지 않은 하지정맥류였다.
그날 이후 그 아주머니가 했던 말이 계속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러다 하나님의 기도 응답인가 하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나는 그때 간절한 마음으로 하나님께 매달리고 있던 중이었다. 하나님께서 각자 개성에 맞게 만들어주신 얼굴을 인위적으로 고치는 미용성형에 회의를 느껴 새로운 길을 열어달라고 기도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평소 알고 지내던 독일의 지인에게 연락을 해서 주사로 정맥류를 치료하는 곳이 있는지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다. 아니나 다를까, 금세 답신이 왔다. 쾰른의 에두아르두스 클랑켄하우스의 릴 교수가 그 방면의 최고 권위자인데, 자신이 그를 소개해줄 수 있다고 했다.
‘그래, 하나님의 인도하심이다.’ 나는 독일로 날아가 정맥류의 진단과 시술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초음파 유도 혈관경화요법의 최고 권위자인 프랑스의 샤덱 교수와 프레드릭 빈 교수를 소개받아 또 다른 선진 기술을 습득했다. 한국에서 독일과 프랑스를 오가며 1년 넘게 정맥류에 대해 공부를 하면서 나는 서서히 정맥류의 전문가로 변신했다.
이를 바탕으로 이듬해부터 나는 본격적으로 정맥류 환자들을 치료하기 시작해 2년 후에는 국내 최초로 정맥류 전문 클리닉을 열었다. 그때부터 정맥류 분야는 나에게 꿈의 영역이었다. 초음파 기기를 통해서 혈관의 모양, 판막의 손상 정도, 역류의 세기 등을 측정해 진단을 내리고 치료법을 선택하는 과정이 너무나 흥미진진했다. 그간 해오던 미용성형에서 느낄 수 없는 색다른 재미에 빠졌다. 그러자 주위에서는 돈이 되는 미용성형을 외면하고 혈관 치료에 매달리는 좀 이상한 의사라는 말들이 돌았다.
하지만 정맥류는 나에게 진정한 블루오션이었다. 나는 정맥류를 통해 돈과 명예를 얻었다. 정맥류에 관한 한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으며 이를 바탕으로 서울 논현동에 연세에스병원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정맥류는 하나님이 내게 주신 귀한 선물이다. 작은 끈 하나도 놓치지 않으시고 연결해 고리를 엮어주신 하나님의 은혜를 생각하면 나는 무한한 감사를 드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나름대로 하나님의 사람으로서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 전 세계로 하나님의 복음을 전하는 일에 노력하고 있는 것도 그 일환이다. 그렇다면 나는 본래 하나님의 사람이었는가 하면 그건 아니다.
나는 중년에 접어들 때까지 기독교와 교회를 극도로 싫어했다. 그러던 중 뒤늦게 하나님을 만나 새롭게 태어났다. 신앙을 가진 뒤에도 한때는 기복을 겪으면서 하나님의 마음을 아프게 하기도 했다.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나는 신앙생활을 하면서 가끔 ‘과연 하나님은 어떤 분이신가’에 대해서 깊이 묵상해본다. 그러면 전지전능하신 하나님의 다양한 속성들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그러다가 결국엔 ‘참 좋으신 하나님’이라는 생각으로 마무리된다. 하나님은 정맥류를 통해 미용성형외과 의사를 혈관성형외과 의사로 변신시켜 많은 축복과 함께 깨우침을 주셨다. 내가 좋으신 하나님께 영광을 돌려 드리기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심영기 원장=경기도 안성 출신, 연세대 의과대 졸, 성형외과 전문의, 연세에스병원 및 중국 다롄과 베이징 병원 운영, 대한미용성형외과학회 및 대한정맥학회 고문, ‘사랑을실천하는사람들’ 고문, 아프리카 스와질랜드 의대 부속병원 설립추진위원장, 평촌 이레교회 안수집사
정리=정수익 선임기자 sag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