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풍향계-박양우] 엑스포 열면서 호텔산업 외면하나

입력 2012-05-13 22:16


올림픽, 월드컵과 함께 세계 3대 이벤트로 꼽히는 엑스포가 여수에서 지난주 개막되었다. 8월 12일까지 3개월 동안 1000만 관람객을 예상한다. 외국인 관광객만도 50만명 정도가 다녀갈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 대한상의에서 50개 여행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52% 이상이 이 정도의 관람객 목표는 달성될 것으로 봤다. 모름지기 잔치에는 손님이 북적이는 것이 좋다. 다만 정책과제에 대해서는 50%가량이 ‘교통편의와 숙박시설 확충’을 꼽았다.

사실 숙박시설 부족 문제는 메가 이벤트를 개최할 때마다 거론됐던 터라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근래 들어 F1자동차경주대회, 대구육상선수권대회, 2002월드컵을 치르면서도 열악한 숙소환경, 바가지요금, 러브모텔 문제 등이 있었다. 이런 문제가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이유는 호텔 자체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숙박문제는 서울, 부산, 제주를 제외한 지방에 국한되었으나 최근에는 전국적 문제가 되고 있다. 외래 관광객 1000만명 시대에 호텔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이유다.

우리 정부가 2∼3년 전부터 호텔 공급 확대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시행해 오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스럽다. 그러나 아직도 호텔산업이 국가와 국민경제에 필수불가결한 국가기간산업 수준의 정책으로 떳떳하게 대우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지금이야말로 호텔산업을 범정부적 차원에서 주요 정책의제로 삼아 신속하게 대응해야 할 때다.

더이상 유해시설 아니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호텔을 사치·향락시설로 보는 관점에서 벗어나 국가의 문화발전과 경제성장을 추동하는 어엿한 동력산업으로 대우해야 한다. 올 7월에 시행되는 ‘관광숙박시설 확충을 위한 특별법’의 하위 법령에서 호텔 건축과 관련해 보다 과감한 규제 완화 내용이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학교보건법’에서 호텔업을 모텔이나 유흥주점, 도박장과 같은 수준으로 규제하고 있는 것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관광산업의 핵심 인프라인 호텔을 유해 업종과 함께 다루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세제, 부담금, 에너지 사용 등에 대한 정책 결정 역시 호텔의 공공성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호텔의 복합화와 다양성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다. 호텔산업의 세계적 트렌드는 대형화 복합화 다양화다. 우리 호텔은 객실 중심의 영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의료, 공연, 쇼핑, 디자인과 결합된 서비스를 함께 제공할 수 있는 다양한 규모나 형태의 호텔이 나올 수 있도록 제도적 길을 열어야 한다. 호텔산업이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선 민간 투자의 확대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호텔 투자에 초기 대규모 자본이 필요한 데 비해, 투자 회수는 10∼20년에 걸쳐 이뤄진다는 점을 고려할 때 민간 투자 촉진을 위한 정책펀드 조성이 시급해 보인다.

마지막으로 서비스의 질적 수준이 높아져야 한다. 호텔산업은 인력 수준이 곧 서비스 수준으로 직결된다.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호텔 투자열기가 뜨거워 단기간에 인력 수요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서비스 경쟁력을 갖춘 인력이 충분히 공급되도록 인력수급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호텔 등급제의 적정성도 재고해야 한다. 외래 관광객이 호텔의 서비스 수준에 대해 예측 가능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가 제공돼야 한다는 것이다. 관광산업은 친절 못지않게 신뢰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관광객 2천만 시대 대비를

지금 열리고 있는 여수세계박람회는 3개월 후면 끝난다. 하지만 우리 앞에는 2018평창동계올림픽을 비롯해 주요 행사들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이제 외래관광객 2000만 시대도 멀지 않다. 그래서 한 단계 높은 호텔 인프라의 구축은 절실하다. 이 과제만이라도 잘 해결한다면 우리나라도 관광대국이 될 수 있는 기틀과 여건을 갖추게 될 것이다. 수송, 동력, 공업 등 과거의 국가기간산업 외에 이젠 호텔산업을 공공 인프라로 대우할 때임이 분명하다. 핵심은 호텔의 공공성 인식, 복합화와 다양화, 서비스 인력양성이다. 미래 지향적인 호텔산업의 진흥을 기대한다.

박양우 중앙대 예술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