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박병권] 싱글맘
입력 2012-05-13 18:25
올 가을 대선을 앞둔 미국에서는 밋 롬니 공화당 대통령 후보 고문인 베이 뷰캐넌 여사의 최근 저서 ‘베이와 아이들’이 화제다. 두 살과 네 살 아이와 출산 예정인 셋째를 남겨두고 남편이 떠난 젊은 엄마의 이야기다. 레이건 대통령 시절 재무부 출납국장을 지낸 극우파이면서 싱글맘인 뷰캐넌의 이 책은 극좌 정치인들 사이에서도 공감을 얻고 있다고 한다.
그녀가 책을 통해 주장하는 핵심 요지는 가족관계 정책에 관한 한 이념적인 접근은 피하자는 것이다. 우파답게 싱글맘 본인에 대한 요구사항은 가혹하리만큼 단호하다. 기술이 없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면 배워야 하고, 아이들을 남기고 떠난 아버지를 비난하지 말며, 아이들의 친구가 되지 말고 부모가 되라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싱글맘 문제도 심각하다. 미국처럼 성공한 싱글맘이 드물어 본격적으로 문제 제기가 되지 않아 잠복돼 있을 뿐이다. 입양아가 줄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단적으로 증명한다. 매년 2000명을 웃돌던 해외입양아가 쿼터 제한에 따라 점차 줄어 지난해에는 916명으로 감소했다. 반면 국내 입양은 지난해 1548명으로 해마다 증가추세다.
미혼모가 혼자서도 떳떳하게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야 하는데도 공동체의 정성과 노력이 부족하니 입양아가 줄어들지 않는 것이다. 순혈주의에 집착하는 문화 탓으로 돌리기엔 문제가 간단치 않다. 2010년 인구총조사에 따르면 부모 한 명과 미혼 자녀로 구성된 가구는 10년 전에 비해 무려 41% 늘어난 159만 가구이며, 이 중 78%가 싱글맘 가정이라고 한다.
사실 우리는 해외 입양아의 성공스토리만 들어 실패한 사례는 잘 알지 못한다. 그렇지만 통계에 잡히지 않아서 그렇지 실패한 입양과 파양된 어린아이도 적지 않을 것이다. 부모가 없는 절대 고독에서 자랄 경우 미래가 밝지 못하다는 것은 불문가지다. 선진국일수록 싱글맘에 대한 사회적 배려가 다양하다. 미국은 20년 전 육아·요양휴가법을 만들어 싱글맘을 배려했고, 3년 전에는 릴리 레드베터 평등법을 통과시켜 직장 내 남녀차별을 없앴다.
이제 우리 사회도 다양한 형태의 가정에 관심을 가질 때가 됐다. 부모가 모두 있는 전통적인 가정만 정부 정책의 대상이 아니다. 해외입양을 줄이기 위해 쿼터제를 도입할 것이 아니라 미혼모 가정을 배려하는 정책이 필요한 시기가 왔다. 모두가 공감하는 싱글맘 보호제도가 도입되길 기대한다.
박병권 논설위원 bk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