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비리 백화점’ 방불케 한 저축銀 비리
입력 2012-05-13 18:17
영업정지된 부실 저축은행 임직원들의 비리가 끝없이 불거지고 있다. 고객 돈을 편법·불법 대출한 것은 기본이고, 거액의 고객 예금을 인출해 달아난 임원까지 적발됐다. 검찰 수사 초기에 드러난 비리만 봐도 ‘비리 백화점’을 방불케 한다.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의 비리 혐의를 보면 기가 막힐 지경이다. 김 회장은 밀항하기 직전 예금 203억원과 은행 소유 주식 270억원어치를 빼돌린 데 이어 차명으로 보유했던 제주도 특급호텔 카지노에 250억원을 불법 대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골프장을 차명으로 보유했던 그는 부인이 운영하는 레스토랑에 100억원 이상을 대출해준 의혹도 받고 있다.
한주저축은행 간부 A씨는 고객 350명의 예금 166억원을 횡령해 잠적했다. A씨는 고객들에게 계좌를 만들어주지 않고, 내부 테스트용 단말기를 이용해 통장에 예금액을 찍어주는 방법으로 가짜 통장을 발급해줬다. A씨가 수백명에게 대포 통장을 만들어준 점으로 미뤄 처음부터 범행을 계획했을 가능성이 높다. A씨의 거액 횡령은 내부 공모자나 윗선이 관련되지 않으면 일어날 수 없는 범죄일 공산이 크다. 윤현수 한국저축은행 회장이 필리핀 세부 리조트에 고객 예금 2000억원을 대출한 경위도 석연치 않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검찰은 영업정지 명령을 받은 솔로몬·미래·한국·한주 저축은행 대주주와 임직원들의 비리는 물론 정·관계 인사들의 연루 혐의를 가려내 엄벌하기 바란다. 저축은행을 감독·검사해야 할 금융당국이 이들의 비리를 묵인·방조·비호했는지도 밝혀내야 한다. 비리 혐의자들의 보유재산과 은닉재산을 찾아내 환수하는 일에도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