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후의 명곡 추억을 노래하다… 스물아홉 요절가수 배호 뮤지컬로 부활
입력 2012-05-13 17:23
‘돌아가는 삼각지’ ‘누가 울어’ ‘안개 낀 장충단 공원’ ‘안개 속으로 가버린 사랑’ ‘두메산골’…. 1960∼70년대 가요계를 풍미했던 가수 배호(1942∼1971)의 주옥같은 히트곡들이다. 29세의 젊은 나이로 숨지기 전 300여곡을 남긴 배호를 주인공으로 하는 뮤지컬 ‘천변카바레-안개 속으로 가버린 사람, 배호’가 15일부터 26일까지 서울 상일동 강동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2010년 무대에 올려져 전석 매진을 기록한 음악극으로 다양한 연령대의 관객들로부터 호응을 얻었다. 일본과 서양 문화가 혼재돼 있던 60∼70년대 클럽음악은 광복과 6·25전쟁 이후 급속한 산업화의 사회상을 반영하면서 당시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해 주었다. ‘천변카바레’를 통해 한국 대중음악의 흐름을 짚어보고 다채로웠던 ‘6070 클럽음악’을 들어본다.
대본은 대중음악 평론가 강헌씨와 박현향 극작가가 썼으며 연출은 비, 박진영, 2PM 콘서트 등을 연출한 김서룡(청운대 공연기획경영학과 교수) 감독이 맡았다. 배호 노래 외에도 한명숙의 ‘노란 샤쓰의 사나이’, 장미화의 ‘커피 한 잔’, 현미의 ‘보고 싶은 얼굴’, 김추자의 ‘거짓말이야’, 차중락의 ‘낙엽 따라 가버린 사랑’ 등 24곡을 배우들이 들려준다.
두메산골 출신 춘식은 서울의 공장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고향에 내려가기 전 배호가 출연하는 천변카바레에 놀러 간다. 무대에서 눈을 떼지 못하던 춘식은 얼떨결에 찰스라는 가명을 갖게 되고, 그곳에서 웨이터 생활을 시작한다. 동경하던 배호와 밤무대 가수 미미를 만난 찰스는 아메리칸드림을 꿈꾼다. 하지만 배호는 병에 걸려 일찍 생을 마감한다. 미미마저 미국으로 떠나버려 실망에 빠져 있는 찰스에게 배호 모창 가수를 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이 들어온다.
배호 모창 가수 역에는 2010년 한국뮤지컬대상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최민철이 맡았다. 파워풀한 목소리를 자랑하는 그는 저음의 가창력과 호소력 있는 연기로 배호의 이미지를 거의 완벽하게 재현한다. 그런가 하면 허영기 많은 웨이터 찰스, 고향 애인을 냉정하게 버리는 춘식 등 여러 캐릭터를 소화해낸다.
이번 뮤지컬의 음악감독을 맡은 여성 재즈 보컬리스트 말로는 배호를 짝사랑하는 밴드마스터 정수 역까지 맡아 색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베이스, 기타, 드럼, 색소폰으로 구성된 재즈밴드 ‘천변밴드’가 말로와 함께 라이브 연주를 들려준다. 40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불세출의 가수 배호를 만나는 무대가 기대된다. 입장료 3만∼4만원(02-440-0500).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