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갑용이 증명한 진실 ‘야구는 포수놀음’
입력 2012-05-11 19:13
흔히들 야구는 투수놀음이라고 한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투수라도 포수가 리드를 못하면 언제든지 무너지고 만다. 그래서 야구는 포수싸움이라는 말에 동의하면 야구 관전수준은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다. “20승 투수보다 좋은 포수를 택하겠다”는 김성근 고양 원더스 감독의 말이 그래서 와 닿는다.
포수는 상대 타자의 데이터와 습관, 당일의 미세한 움직임까지 파악해 투수를 리드해야 함으로 우수한 두뇌는 필수적이다. 때로는 파울팁에 맞기도 하고 포수와 충돌하기도 한다. 번트 수비도 해야하고 베이스 백업도 하느라 강한 체력도 필요하다. 그래서 좋은 포수가 길러지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고 한번 주전을 꿰차면 웬만해서는 바뀌지 않는다.
10일 경기에서는 포수의 중요성이 돋보인 상반된 경기가 있었다. 사직구장에서 열린 삼성-롯데 전. 롯데는 4회 홍성흔이 출루하자 런앤히트 사인이 나왔고 이를 간파한 삼성 포수 진갑용이 볼을 빼 홍성흔을 횡사시켰다. 진갑용은 6회와 8회에도 발빠른 주자 김주찬의 도루 의도를 미리 간파, 2루에서 잇달아 잡아냈다. 시즌 초 진갑용의 도루 저지율은 예년보다 훨씬 떨어져 있었다. 38세의 노장 진갑용의 순발력이 떨어졌을 것으로 예상한 상대 주자들이 진갑용이 마스크를 쓰면 대놓고 도루를 시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진갑용은 상대 작전을 미리 간파한 노련미를 앞세워 3차례의 도루를 완벽하게 저지하는 실력을 과시했다. 진갑용의 활약이 없었다면 무승부도 힘들었을 것이란 분석이 많았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그의 체력을 안배하기 위해 승부처에만 기용하는 등 경기수를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
반면 KIA와 맞선 한화는 무려 5개의 도루를 허용하며 1대 4 패배의 원인을 제공했다. 1회 볼넷으로 걸어나간 선두 타자 이용규는 한화 양훈-최승환 배터리를 농락하며 2루 도루에 성공했고 연이은 송구 실책에 편승해 3루까지 갔다. 김선빈의 안타로 1점을 선취한 KIA는 김선빈이 또다시 2루를 훔쳤고 폭투로 3루까지 진출, 나지완의 안타때 홈을 밟았다. 2회에도 안타로 나간 윤완주와 김선빈이 잇달아 도루에 성공하며 1점을 얻은 등 KIA는 한화 포수 최승환을 마음껏 농락했다. KIA가 7안타를 치고도 4점을 얻은 데는 도루가 결정적이었다.
한화는 올해 26경기에서 무려 49개의 도루를 허용했다. 경기당 평균 1.88개의 도루를 내주고 있으니 위기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 한화 포수들의 도루 저지율은 0.213에 불과하다. 도루 저지가 전적으로 포수의 책임은 아니나 든든한 포수는 승부를 좌우하는 것임에는 틀림없다.
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