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 첫 시각장애 판사의 법정… 음성파일로 외우고 듣고, 그의 재판은 순조로웠다

입력 2012-05-11 19:01

11일 오전 10시 서울 도봉동 서울북부지법 701호 민사중법정. 첫 시각장애인 법관인 최영(32) 판사가 동료 판사의 안내를 받아 조심스럽게 법정으로 들어왔다.

최 판사는 법대에 앉아 노트북에 연결된 이어폰부터 귀에 꽂았다. 휴대용저장장치(USB)에 담아온 음성파일을 듣기 위해서다. 최 판사는 서면자료를 볼 수 없기 때문에 재판에 필요한 자료를 미리 음성파일로 변환해서 USB에 담아놓는다.

최 판사는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노트북을 두드려 음성화된 자료를 이어폰으로 들으며 재판기록을 검토했다. 재판장인 정성태 부장판사와 낮은 목소리로 의견을 나누고 소송대리인들이 의견을 제시할 때는 조용히 경청했다. 재판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고교 3학년 때인 1998년 망막색소변성증 진단을 받은 최 판사는 이듬해 서울대 법대에 진학했지만 시력이 계속 악화됐다. 현재는 방에 불이 켜져 있는지 정도만 알 수 있는 1급 시각장애 상태다. 하지만 5차례 도전 끝에 2008년 제50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도 상위 40위권의 뛰어난 성적으로 수료했다. 지난 2월 법관으로 임용돼 서울북부지법에 부임했다.

법원은 최 판사가 원활하게 재판을 준비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재판기록을 읽어주고 중요 기록은 음성변환이 가능한 한글 파일로 전환하는 업무보조 직원을 배치했다. 음성파일을 이어폰 없이 청취할 수 있도록 방음실을 마련하고 주요 동선에 점자유도블록을 설치했다.

최 판사는 재판 후 가진 인터뷰에서 “시각장애인이라서가 아니라 판사이기 때문에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업무에 임하고 있다”면서 “국민이 법원에 주신 사법권을 시각장애인 판사가 어떻게 행사하나 걱정하시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세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