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송 전형필의 문화재 사랑 되새긴다… 50주기 맞아 5월 27일까지 ‘진경시대 회화대전’
입력 2012-05-11 19:03
서울 종로에서 중추원 의관의 아들로 태어난 간송 전형필(1906∼62·사진)은 일본 와세다대 3학년 때(23세) 10만석지기의 상속권자가 됐다. 당시 골동품과 고서화가 일본으로 밀반출되는 것을 안타깝게 여긴 그는 사재를 털어 문화재 회수에 나섰다. 1919년 3·1만세운동의 민족대표 중 한 명인 위창 오세창(1864∼1953)을 멘토로 삼아 유물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위창은 당대 최고의 감식안이었다.
간송이 36년 경성미술구락부 경매장에서 국보 295호인 조선시대 청화백자를 1만4580원에 낙찰받은 이야기는 유명하다. 큰 기와집 한 채가 1000원이던 시절, 일본 골동품상과 끈질기게 경합을 벌여 결국 손에 넣었다. 국보 70호이자 세계기록유산인 ‘훈민정음 해례본’도 말로만 듣던 실물이 경북 안동에서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가 거금 1만원을 주고 구입했다.
그렇게 모은 명품이 국보 12점, 보물 10점 등 5000여점에 달한다. 간송은 특히 조선 후기 문화절정기인 ‘진경시대’(17∼18세기) 화가들의 그림을 집중적으로 모았다. 이를 토대로 광복 후 문예부흥의 기점으로 삼으려는 생각에서였다. 간송은 이 귀한 보배들을 두는 집으로 38년 서울 성북동에 서양식 2층 건물 ‘보화각’을 세웠다. 이것이 우리나라 최초의 사립미술관 간송미술관이다.
그의 50주기를 맞아 ‘진경시대 회화대전’이 13일부터 27일까지 열린다. 조선 후기 진경산수화를 정립한 겸재 정선(1676∼1759)의 ‘풍악내산총람(楓岳內山總覽)’, 조선남종화를 일군 현재 심사정(1707∼1769)의 ‘계산모정(溪山茅亭)’, 단원 김홍도(1745∼?)와 혜원 신윤복(1758∼?)의 진경풍속화 등 간송이 평생 동안 수집한 회화 중 100여점을 선보인다.
간송이 50세 때 추사 김정희(1786∼1856)의 ‘고사소요(高士逍遙·뜻 높은 선비가 거닐다)’를 갱지에 따라 그린 ‘방고사소요(倣高士逍遙)’도 나온다. 또 외사촌 형인 역사소설가 월탄 박종화(1901∼81)와 술을 마시다 흥에 겨워 그린 국화 그림도 간송의 예술적 기질을 엿보게 한다. 간송미술관은 1년에 딱 두 번, 5월과 10월에 보름씩 기획전을 연다. 관람료는 없다(02-762-0442).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