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의 동성결혼 지지 선언은 대선자금 염두에 둔 계산된 도박”
입력 2012-05-11 18:52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동성결혼 지지입장 발표에 미국뿐 아니라 지구촌이 찬성과 반대의견으로 들썩이고 있다. 그의 결정은 과연 득이 될까 실이 될까?
그의 선택은 개인적 소신과 가치관을 넘어 대선 전략의 하나로 분석된다. 오바마는 지난주 말 조 바이든 부통령이 동성결혼을 지지하는 언급을 한 뒤, 이 이슈에 대해 견해를 밝히라는 압력을 받아왔다.
부통령실과 백악관이 바이든의 발언은 동성결혼(gay marriage)이 아닌 시민결합(civil union)을 지지하는 오바마의 공식 입장과 틈새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노스캐롤라이나 주가 동성결혼을 금지하는 내용의 주 헌법 개정안을 주민투표로 통과시킨 다음 날 결국 동성 간 결혼의 합법화를 지지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오바마의 발언은 ‘계산된 도박’(calculated gamble)이라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동성결혼에 대한 여론 찬성률이 급격히 올라가고 있고 이를 지지하는 활동가 그룹을 의식한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또 오바마 재선캠프의 거액 기부자 6명 중 1명이 동성애자로, 선거자금 모금에도 유리할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오바마는 지지선언 직후 민주당의 잠재적 거액기부자들이 집중돼 있는 할리우드로 달려가 1500만 달러의 선거자금을 모았다. 하지만 WP는 동성결혼에 대해 가장 비판적인 그룹이 흑인들이어서 이들을 설득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으며 보수성향을 띠고 있는 경합지역에도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한편 미국 민주당은 전당대회에서 동성결혼 합법화를 채택하기로 당 강령을 개정키로 했다. 그러나 백악관은 혼인보호법(DOMA)의 폐지를 밀어붙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지현 기자 jeeh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