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2급 전투대비태세 돌입… 中-比, 남중국해 황옌다오(스카보러섬) 영유권 갈등 격화
입력 2012-05-11 22:09
중국과 필리핀이 남중국해 황옌다오(黃巖島·스카보러섬)를 둘러싸고 2개월째 대치에 접어들면서 중국 광저우(廣州)군구와 난하이(南海)함대가 동시에 2급 전투대비태세에 들어갔다고 홍콩 명보(明報)가 11일 보도했다.
중국 인민해방군의 전투대비태세 등급은 4단계로 나눠져 있으며 2급은 그중 두 번째로 높은 단계다.
광저우군구는 인민해방군 7개 군구 가운데 하나다. 광저우를 중심으로 육·해·공군을 통합 관리하는 부대로 난하이함대도 여기에 배속돼 있다. 난하이함대는 베이하이(北海)함대, 둥하이(東海)함대와 함께 중국 3대 함대를 구성하며 광둥성 잔장에 함대사령부를 두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황옌다오를 둘러싼 사태가 악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직접적인 군사위협이 되고 있다고 명보는 지적했다. 인민해방군 기관지 해방군보(解放軍報)는 이와 관련해 “중국 군대는 다른 나라에 한 치의 영토도 내줄 수 없다”고 밝혔다.
빅토리아 눌런드 미 국무부 대변인은 10일(이하 현지시간) “미국은 어떤 형태의 무력사용이나 위협도 반대한다”며 “중국과 필리핀이 자제력을 발휘해 분쟁을 외교적으로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양국은 10일 마닐라에서 외교적 해법을 찾기 위한 접촉을 가졌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 훙레이는 11일 정례브리핑에서 “필리핀 측이 민중을 선동해 시위를 벌이는 것은 상황을 복잡하게 하는 잘못된 행동”이라면서 “필리핀 내 중국 공관과 교민 안전에 대해 필리핀 당국이 유효한 행동을 취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도 양국은 서로 압박을 병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필리핀 교민들은 11일 세계 곳곳 중국 대사관과 영사관 주변에서 현지 시간 낮 12시에 중국 규탄 시위를 열었다. 마닐라에서는 일부 정당과 시민단체 회원 등 400여명이 마닐라주재 중국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중국은 필리핀 해역에서 침범 행위를 중단하라”는 구호 등이 적힌 플래카드와 필리핀 국기를 흔들었다.
중국은 이에 대해 필리핀산 바나나와 파인애플 등 과일에 대한 검역을 강화하는 한편 필리핀 관광 상품 판매를 중단시켰다. 국무원 직속 국가여유국(旅遊局)은 중국 국민들에게 필리핀 여행을 자제하라고 촉구했다.
중국 정부는 반중국 시위과정에서 폭력사태가 생길 수 있다고 보고 해당 지역에 사는 자국민들에게 신변 안전에 주의하라고 당부했다. 베이징주재 필리핀 대사관 앞에서는 2~3개 그룹의 시위대가 공안의 감시 속에 필리핀 비난 시위를 벌였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