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해체 위기] 당권파 ‘강기갑의 절충안’ 거부
입력 2012-05-11 18:38
민주통합당 당권파와 비당권파가 접점을 찾지 못한 채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이정희 유시민 심상정 공동대표와 강기갑 의원 등은 11일 밤늦게까지 직간접 접촉을 갖고 물밑에서 협상을 벌였다.
현재 당권파는 경선 부정 진상조사 보고서 폐기와 비례대표 사퇴 여부를 결정짓기 위한 당원총투표를, 비당권파는 비례대표 총사퇴와 비상대책위 구성을 주장하고 있다. 강 의원을 비대위원장으로 추대하자는 비당권파의 제안을 당권파가 받아들이지 않아 대표단에 추가 협상을 위임했다.
양측이 대립하는 핵심은 비례대표 2, 3번인 이석기 김재연 국회의원 당선자 사퇴문제다. 양측이 이 문제에 대한 타협점을 찾지 못한다면 12일 열리는 중앙위원회에서 표 대결, 나아가 물리적 충돌까지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물론 극적으로 타협안을 도출해낸다면 부정 경선으로 불거진 내홍은 수습 국면으로 들어설 수도 있다.
타협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 이날 강 의원은 비례대표 후보 전원의 진퇴문제를 당원총투표 50%와 대국민여론조사 50%로 결정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양측은 이를 즉각 거부했다. 당권파는 진상조사위의 경선 부정 조사결과를 인정할 수 없기 때문에 진성당원들에게만 비례대표 후보들의 사퇴 여부를 물어야 한다는 입장에서 전혀 물러설 뜻이 없다. 비당권파 측도 “타협은 없다”고 밝히고 있다.
이·김 당선자가 당권파 핵심인 만큼 사퇴 여부는 향후 당내 권력구도나 노선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양측이 극한 대립을 하는 이유다. 그래서 두 사람 중 한 사람만 사퇴시키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이석기 당선자는 케이블 채널 tvN ‘백지연의 피플인사이드’에 출연해 “전 세계 어느 나라에도 100% 완벽한 선거는 없다”면서 “일부 부실이나 부정은 있을 수 있지만, 이는 전체 선거를 부정할 만큼의 사안은 아니다”고 항변했다. 그는 “진보 정당은 천상의 정당이 아니다. 진보정당이기 때문에 100%여야 한다는 것은 대단히 무서운 논리”라며 “그런데도 이번 경선을 총체적 부정선거로 매도하는 것은 정치적 폭력”이라고 말했다. 이 당선자는 “나 스스로 사퇴할 권리가 없다”고 사퇴 불가입장을 고수했다. 또 자신이 종북(從北)파의 몸통이라는 일부 언론 보도와 관련, “불쾌를 넘어 모욕이다. 종북 운운하는데 종미(從美)가 훨씬 더 문제”라고 주장했다.
양측이 이처럼 맞선 상황에서 중앙위는 이번 사태가 더 확산되느냐, 아니면 수습 국면으로 가닥을 잡느냐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민주노총 등 진보진영의 입장도 중앙위 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협상이 끝내 결렬되면 분당 사태로 치달을 수 있다.
김명호기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