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출마선언도 안한 안철수에 공동정부 제안 논란

입력 2012-05-11 21:47

“야권 대선후보 단일화를 통해 공동정부를 구성하자.” 민주통합당 문재인 상임고문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게 이 같은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지자 11일 정치권이 그 배경과 성사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민주당에선 9월 전에 당내 경선으로 후보를 뽑은 뒤 11월쯤 안 원장과 야권 후보 단일화를 시도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당 안팎에는 ‘문재인-안철수’ 단일화 가능성을 거론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문 고문이 공동정부론을 들고 나온 것은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문 고문의 제안은 1997년 대선 때 효과를 봤던 DJP 연대를 염두에 둔 게 거의 확실하다. 당시 국민회의 김대중 후보는 자민련 김종필 후보로부터 대선후보를 양보 받는 대신 집권 시 50대 50으로 권력을 균분하는 공동정부 구성에 합의했다. 당선된 김대중 대통령은 이듬해 조각 때 ‘김종필 후보’를 총리에 임명하고, 장관직을 7(국민회의)대 6(자민련)으로 나눠 가졌다(4명은 외부영입). 공동정부는 삐걱거리긴 했지만 3년 반 동안 유지됐다.

2002년 대선 때 노무현-정몽준 후보단일화 효과도 생각해봤음 직하다. 당시 새천년민주당 노 후보와 국민통합21 정 후보는 여론조사를 통해 노 후보로 단일화를 이뤘다. 정 후보가 선거 전날 지지를 철회함에 따라 합의문이 휴지조각이 됐지만 올 대선에선 후보단일화 모델이 될 수도 있다.

이 시점에서 공동정부론은 당내 공감을 얻을 수도 있다. 안 원장의 경우 ‘민주당 경선 참여’를 사실상 거부한 채 독자행보를 계속하고 있어 민주당으로선 은근히 걱정이다. 만에 하나 안 원장이 독자출마를 할 경우 민주당 후보의 당선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공동정부론으로 안 원장을 야권 울타리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은 의미가 있어 보인다. 문 고문 말처럼 공동정부 구성을 고리로 단일화를 할 경우 대선 승리 가능성이 높아질 수도 있다. 안 원장은 아직 대선출마 선언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문 고문의 제안에 선뜻 답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하지만 자신을 돕는 세력이 민주당에 비해 미미한 상황에서 막무가내 걷어차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친노 진영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문 고문의 이런 구상은 당내 다른 대권주자 그룹들의 반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미 정세균 상임고문은 “안 원장은 민주당으로 들어와 당원과 국민들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밝혔고, 김두관 경남지사도 현실정치를 멀리하는 안 원장 행보에 연일 각을 세우고 있다. 손학규 상임고문의 한 측근은 “안 원장과의 공동정부 논의는 민주당 대선후보가 확정된 이후에나 꺼낼 문제”며 “벌써부터 이 같은 문제를 들고 나오면 민주당 후보를 스스로 약하게 만드는 꼴”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안 원장이 정치세력을 결집도 하지 못한 상황에서 과거 자민련과 국민통합21과 같은 대접을 하는 것은 얘기가 안 된다는 주장도 있다.

486출신 한 의원은 “최근 지지율이 정체된 문 고문이 조급하게 단일화를 제안한 것 같다”며 “국민 눈에 오만하게 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문재인-안철수 연대가 공론화된 배경에는 이해찬-박지원 연대 이후 친노세력이 고립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이라며 “단순히 기계적인 나눠먹기와 협력은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기철 기자 kcs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