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전벽화’ 영등포 쪽방촌이 환해졌다… 미술인 등 90여명 재능기부
입력 2012-05-11 18:26
서울 영등포역 일대 쪽방촌이 벽화마을로 대변신하고 있다. 삶의 냄새가 풀풀 나는 벽화들이 열악한 쪽방촌의 풍경을 크게 바꾸고 있다.
11일 서울시에 따르면 길과 길이 통하는 동네,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마을을 뜻하는 ‘길통맘통 프로젝트’를 통해 서울의 5대 쪽방 밀집지역 중 가장 열악한 ‘영등포 쪽방촌’ 담벼락에 지난 5일부터 이틀간 10개의 벽화를 완성했다. 이어 12일부터 이틀간 13개의 벽화가 추가로 완성된다.
쪽방촌 벽면이 정리되고, 스케치를 거쳐 외부용 수성페인트와 아크릴 물감으로 채색을 한 뒤 코팅을 하는 방식으로 벽화 20개가 차례로 완성되고 있다. 벽화는 비가 오거나 낙서를 하더라도 비교적 현상유지가 가능하다.
영등포 쪽방촌 벽화 그리기는 지난해 서울시 청년창업프로젝트를 통해 창업한 미술인들의 모임인 ‘핑퐁아트’(대표 김현민·서민정) 소속 작가 8명과 자원봉사자 90명이 재능기부 의사를 밝히면서 시작됐다. 시는 좋은 정책 제안으로 선정해 실행에 옮긴 예술 프로젝트이다.
이 프로젝트는 기초생활수급자, 건설 현장 일용직 등으로 살아가고 있는 쪽방촌 주민들에게 환경개선을 통해 밝은 마을 분위기를 조성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이곳은 541개 쪽방에서 617명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벽화마을에는 기차, 근로여성, 짐꾼 등 쪽방촌 지역을 상징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쪽방촌 거주민들의 인터뷰를 통해 거주민들의 이야기를 담은 그림도 곳곳에 보인다. ‘길과 길이 통하듯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마을’ ‘영등포속 우리 마을’ ‘희망을 담은 조각보’ ‘하늘을 나는 물고기’ ‘별이 빛나는 밤의 기차’ 등이다.
김경호 시 복지건강실장은 “젊은 미술인들의 재능 기부로 쪽방 지역 분위기가 새롭게 바뀌었다”며 “벽화 그리기를 다른 지역 쪽방에도 확대해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 종로구의 돈의동과 창신동, 중구, 용산구, 영등포구 등 5개 지역 3471개의 쪽방에서 3150여명의 시민들이 어둡고 고단한 삶을 살고 있다.
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