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손수호] ‘여수 밤바다’
입력 2012-05-11 17:46
가요시장에는 더 이상 승자독식의 룰이 적용되지 않는 것 같다. 대표적인 경우가 3인조 그룹 버스커버스커다. 이들은 지난해 하반기에 끝난 오디션 프로 ‘슈퍼스타K3’에서 울랄라세션에 이어 2위를 했던 그룹. 그러나 음반에서는 버스커버스커가 앞선다. 올 3월 29일 첫 정규 앨범 ‘버스커버스커’를 내놓아 폭발적 반응을 얻고 있는 반면 울랄라세션은 5월 9일에야 미니앨범 ‘울랄라 센세이션’을 발표, 시장에서 두 번째 대결을 펼치고 있다.
버스커버스커 음악의 장점은 노래가 편안하다는 것이다. 서정적인 멜로디에 낭만적인 가사다. 작사 작곡에다 보컬까지 맡은 장범준의 개인적인 매력도 한몫 한다. 인상이 선량하고, 감미로우면서도 노래를 데리고 노는 듯한 타령조의 창법이 독특하다. 수록된 11곡 가운에 가장 인기 있는 노래는 타이틀곡 ‘벚꽃 엔딩’이 아니라 ‘여수 밤바다’다. 단순하면서도 반복적으로 이어지는 음률에서 강한 중독성을 풍긴다.
‘여수 밤바다 이 조명에 담긴 아름다운 얘기가 있어/네게 들려주고파 전활 걸어 뭐하고 있냐고/나는 지금 여수 밤바다 여수 밤바다/이 바다를 너와 함께 걷고 싶어/이 거리를 너와 함께 걷고 싶다/이 바다를 너와 함께 걷고 싶어∼’ 사랑에 빠진 남자가 밤의 해변 경관에 취해 상대 여자에게 전화 해 함께 걷고 싶다는 심경을 표현했다.
광주광역시 출신의 장범준은 “여수 만성 해수욕장이라고, 모텔 불빛이 쫙 비친다. 일을 마치고 집에 가는 길에 바다를 보면서 ‘너와 함께 걷고 싶다’고 생각한다는 내용이다. 바다에서는 그런 불빛이 더 아름답게 보이니까”라고 말했다. ‘모텔=불륜의 현장’이라는 고정관념을 부순 반전도 유쾌하다.
이 노래 히트 이후 여수 밤바다가 갑자기 각광받고 있다. 어제 개막한 세계박람회와 맞물려 여수로 향하는 젊은이들의 행렬이 이어지는 것이다. 여수엑스포 공식 로고송은 아이유가 부른 ‘바다가 기억하는 얘기’인데도 박람회장 주변에는 ‘여수 밤바다’가 더 많이 들린다고 한다. 계약은 안 해도 시점이 절묘하게 엮이니 버스커버스커가 자연스레 여수엑스포 홍보대사 역할을 하게 됐다. 앞으로 오동도나 향일암 정도로 알고 있는 여수의 명승지 리스트에 밤바다 모텔의 불빛이 추가될 것 같다.
손수호 논설위원 nam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