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법, 석면공장 인근 주민피해 첫 배상판결
입력 2012-05-10 18:58
석면공장 인근에 살다가 악성중피종(석면암)으로 숨진 사람들의 유족들이 해당 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의 1심에서 일부 이겼다.
그동안 석면공장에서 일한 근로자에 대한 손해배상 판결은 있었지만, 공장 인근 주민에게 배상 판결이 내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부산지법 제6민사부(재판장 권영문)는 10일 석면 공장인 부산 연산동 제일화학 인근에 살다가 악성 중피종으로 숨진 김모(당시 44세)씨와 원모(당시 74세)씨의 유족 등이 제일화학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그러나 국가와 제일화학에 기술을 이전한 일본 N사를 상대로 유족들이 제기한 소송은 기각했다.
재판부는 “김씨 유족에게 1억1600만원, 원씨 유족에게 1466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어 “석면공장에서 석면이 상당 정도로 공기 중에 날아다녔다는 점, 악성중피종 원인의 80∼90%가 석면인 점, 증언 등을 종합할 때 석면으로 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개인적 체질과 건강 상태 등을 감안해 60%로 책임을 한정한다”고 판시했다.
김씨와 원씨는 1969∼1992년 가동한 부산 연산동 제일화학 인근에서 살았다. 김씨 집은 공장으로부터 900m, 원씨 집은 2.1㎞ 떨어졌다. 김씨는 2006년, 원씨는 2004년 악성중피종으로 사망했다.
지난해 1월 시행된 석면피해구제법에 따라 김씨 유족은 지난해 3월, 원씨 유족은 지난해 4월 한국환경공단으로부터 석면 환경성 피해 인정을 받았다.
이번 판결은 기업의 석면 환경성 피해 책임을 처음 인정한 것으로 향후 유사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1970∼1990년 부산에는 전국 석면 방직공장 14곳 중 9곳이 밀집해 있었다.
부산환경운동연합 최수영 사무처장은 이번 판결에 대해 “주민 피해에 대해 기업의 책임을 인정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정부와 기술을 이전한 일본 기업의 책임을 불인정한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