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방약속에 지친 아프간 美병사 부모의 폭로… “美, 탈레반과 포로교환 협상했다”
입력 2012-05-10 18:57
아프가니스탄 저항세력 탈레반에 억류된 미군 병사의 부모가 석방약속에 지쳐 “미국 정부가 탈레반과 포로교환 비밀 협상을 벌였다”고 폭로했다고 뉴욕타임스가 9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 육군 보위 버그달 병장은 2009년 6월 30일 아프간에서 포로로 잡힌 후 파키스탄 북서쪽 국경의 한 마을에 억류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까지 미국 정부는 버그달 병장과의 포로교환 사실을 숨긴 채 5명의 탈레반 포로를 관타나모 수용소에서 카타르 정부의 유치장으로 풀어주는 협상을 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말해왔다.
가족들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요구와 아들이 위험에 빠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포로교환 협상에 대해 비밀을 지켜왔다. 이후 미국 정부는 비밀협상을 벌여왔으나 현재 중단된 상태다.
버그달 병장의 아버지 로버트 버그달은 최근 뉴욕타임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탈레반 비디오에서 아들을 본 후 1년 동안 소식을 듣지 못했다”며 “오바마 정부가 선거를 의식해 테러리스트와 협상하지 않음으로써 의회로부터 압력을 피했다”고 밝혔다.
버그달은 “‘우리는 테러리스트와 협상하지 않는다’는 말은 미사여구에 지나지 않는다”면서 강하게 협상해 줄 것을 요구했다. 또 버그달 병장 부모는 지난 3년간 국무부 및 국방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지만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그 어떤 이야기도 듣지 못했다는 것이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합동 참모본부 대변인인 데이비드 레이판 중령은 “부모들이 화가 나고, 혼란스러워하는 것은 정말 이해할 수 있다. 그들과 마찬가지로 우리 지휘관들도 혼란스러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침묵을 끝내기로 한 이 가족의 결정은 오바마 행정부가 포로협상을 공개적으로 하고, 탈레반 포로를 풀어주는 것에 대한 워싱턴 정가의 논쟁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이지현 기자 jeeh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