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2003년 이라크 침공 토의없이 혼자 결정”… 파월 前국무 회고록서 밝혀

입력 2012-05-10 18:57


2003년 3월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당시 백악관 내에서 한번도 토의되지 않고 결정됐다고 콜린 파월(사진) 전 국무장관이 밝혔다. 부시 전 대통령이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검토나 조언 없이 사실상 혼자 결정했다는 증언이다. 특히 이는 부시 전 대통령의 진술과 완전히 배치되는 것이어서 이라크 침공 결정 과정에 대한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뉴스매체인 허핑턴포스트는 9일(현지시간) 파월 전 장관이 오는 22일 시판될 회고록 ‘나에게 통한 방법들: 인생과 리더십에 있어서(It worked for me: in Life and Leadership)’에서 이렇게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 책에서 파월 전 장관은 이라크전 개전 한 달 전인 2003년 2월 그가 유엔에서 이후 완전한 오보로 판명난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WMD)의 위험에 관해 연설할 때 이미 부시는 전쟁은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NSC가 이라크 침공 여부를 한번도 논의하지 않았고 이후에도 그러지 않은 상황인데도 대통령은 이미 마음속으로 전쟁을 결심했다”고 적었다. NSC는 외교와 국가안보 문제에 관한 미 대통령의 최고 자문기구다.

부시 전 대통령은 2010년 회고록 ‘결정의 순간들(decision points)’에서 이라크 침공은 자신이 오랜 고민 끝에 마지못해 지지한 사안이라고 적었다. 그는 심지어 이후 북 투어에서 “나는 폭력을 원하지 않았다”며 전쟁이 임박한 속에서도 반대 의사를 밝힌 사람으로 자신을 묘사했다.

파월 전 장관은 또 그가 유엔에서 이라크의 WMD 보유에 대한 오도되고 부정확한 얘기를 하게 된 연유와 관련, 당시 부통령이던 딕 체니를 장본인으로 지목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