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해체 위기] 당권파 당원들 욕설·고성… 25분 넘겨 개회

입력 2012-05-11 00:14


4·11 총선 비례대표 경선부정 파문이 터진 뒤 두 번째 소집된 통합진보당 전국운영위원회는 첫 번째 회의와 마찬가지로 당권파 당원들의 고성과 욕설로 시작됐다.

10일 오후2시 서울 대방동 여성플라자에서 열린 회의는 이들 당원들의 소란 때문에 예정시간인 오후 2시를 25분이나 넘겨 가까스로 개회됐다. 당권파 참관 당원들은 비당권파 운영위원들이 입장하자 “당을 팔아먹은 X들”, “너희가 다 나가”라는 등 막말을 퍼부었다. 이들은 진행요원들이 “오늘 회의는 참관단 없이 진행되니 퇴장하라”고 요구하는데도 나가지 않은 채 몸싸움까지 벌이며 난장판 분위기를 연출했다.

의장 자격으로 사회를 맡은 이정희 공동대표는 지난 4일 회의와 마찬가지로 일방적으로 당권파 편을 들었다. 이 공동대표는 같은 당권파인 장원섭 사무총장이 일개 운영위원일 뿐인데도 회의장 앞쪽 별도의 단상에 세웠다. 장 사무총장은 별도의 허락 없이 불쑥불쑥 운영위원들의 발언에 끼어들었지만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았다.

부수적인 안건이 다 통과된 밤 10시쯤 이 공동대표는 비당권파의 ‘특별 비상대책위원장 추천’건 논의가 시작되려 하자, 정회를 선언한 뒤 20분이나 시간을 허비했다. 오후 11시까지 회의장소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 회의 자체를 지연시키려는 태도였다.

당권파 운영위원들 역시 “진상조사위 조사보고서가 엉터리”라는 식의 지루한 논리를 계속 펴며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작전을 폈다. 한 당권파 운영위원은 의사진행 발언을 신청해놓고 “비상대책위 체제 발동은 통합정신 위반이다. 진상조사위원장이 또 말도 안 되는 유령당원설을 언론에 퍼뜨렸다”면서 지루하게 말을 이어가자, 비당권파 운영위원들이 “저건 의사진행 발언이 아니다. 의장이 제지하라”고 요구했다. 이 공동대표는 마지못해 “그만 하시라”고 했다.

유시민 공동대표는 총선 평가 토론에서 “당신 당은 왜 애국가를 부르지 않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우리는 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지 않고 애국가를 틀지 않나. 추후 지도부에서는 이 문제를 과감히 검토해서 국민과 벽을 쌓는 일이 없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회의는 비당권파가 비대위 구성 안건을 대표단의 비대위원장 추천을 전제로 철회하면서 마무리됐다. 진상조사위원장을 맡았던 조준호 공동대표가 퇴장하자, 당권파 당원 100여명이 온갖 모욕적인 언사를 퍼부으며 야유했다.

앞서 이 공동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조 공동대표가 제기한 유령당원 의혹에 대해 “한 기초단체에서 528명을 샘플링해보니 뒷자리 주민번호가 한 쌍 이상 같은 경우가 441명이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