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3차 퇴출 후폭풍] 김찬경, 카지노호텔 추진하던 필리핀서 재기 노린 듯
입력 2012-05-10 18:47
김찬경(55·구속) 미래저축은행 회장이 차명으로 특수목적법인(SPC)을 세워 불법대출하는 수법으로 거액의 회삿돈을 빼돌려 개인 소유의 사업을 하려 했다는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김 회장이 당초 중국이 아니라 미래저축은행 대출을 받은 SPC가 카지노호텔을 건설할 예정이던 필리핀 수비크로 가려 했던 것도 이 때문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저축은행비리합동수사단(단장 최운식 부장검사)은 김 회장이 SPC 부실대출로 빼돌린 200억원의 사용처를 추궁하고 있다고 10일 밝혔다. 김 회장의 밀항을 돕다 체포된 이모(59)씨는 조사과정에서 “공해에서 배를 갈아탄 뒤 중국 산둥성을 거쳐 필리핀으로 갈 예정”이었다고 진술했다. 필리핀은 김 회장이 2009년 SPC에 200억원을 대출해 카지노 호텔건설을 추진하려 했던 곳이다. 이씨는 조사과정에서 “김 회장의 호텔건설 사업에 70여억원을 투자했다”고 말했다.
1991년 피나투보 화산폭발로 미국의 해군기지가 철수한 수비크만은 10여년 만에 해양레포츠의 천국으로 떠올랐다. 필리핀 정부가 특별경제자유구역으로 선포하는 등 집중적으로 지원했지만 초기 관광객들은 미군이 쓰던 숙소에 머무는 등 숙박시설이 크게 부족했다. 때문에 우리나라를 비롯한 각국 기업들이 호텔 등에 대대적인 투자를 했다. 김 회장 역시 국내 기업의 카지노호텔 투자 열풍을 쫓아갔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검찰은 이씨의 경제적 상황을 고려해볼 때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겉으로는 미래저축은행이 호텔건설에 정상적으로 투자한 것처럼 꾸몄지만 실제로는 김 회장이 차명으로 SPC를 설립해 개인사업을 벌였다는 것이다. 검찰은 특히 현지에서 호텔이 착공조차 되지 않은 정황으로 볼 때 김 회장이 사실상 이 돈을 밀항 후 뒷일을 도모하기 위해 빼돌렸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김 회장이 차명으로 세운 또 다른 SPC를 통해 추가로 3000여억원을 불법대출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충남 아산에 있는 2000억원대의 아름다운CC 골프장의 지분도 김 회장이 차명으로 설립한 15개의 SPC를 동원해 사들인 것으로 밝혀졌다. 김 회장은 지분을 사들이면서 차명대출, 신용공여한도 위반 등 불법을 저지르며 예금을 마음대로 썼다. 골프장을 인수하고 남은 자금은 충남 아산에 김 회장 아버지와 아들 명의로 된 200여억원의 부동산을 사는 데 쓴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에는 국내 명품 가방 브랜드에 투자한다며 차명회사를 통해 400억원을 대출받았다. 이 돈을 갚기 위해 김 회장은 다른 차명회사를 통해 100억원을 추가로 대출받아 돌려막기를 했다.
홍혁의 기자 hyukeu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