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장성호] 막가는 사회, 무너지는 윤리
입력 2012-05-10 18:39
뉴미디어(SNS) 시대를 맞아 저질막말과 악의적인 신상털기 등 부적응의 일탈행위로 우리 사회가 몸살을 앓고 있다. 우리 사회의 못된 버릇 중 하나가 무대 뒤에 숨어 염탐하고 비난·질투하는 문화다. 이러한 반문명적·반사회 문화는 주변에서 절실하게 느낄 수 있다. 특히 인터넷의 익명성을 배경으로 무차별적으로 이뤄지는 신상털기와 원색적인 비난은 우리 문화의 천박함을 보여주는 가슴 아픈 장면이다.
인터넷의 대중적 확산이 시작된 이후 인터넷은 우리 삶의 한 공간이며 사회이고 문화가 되었다. 인터넷은 반사회적인 트렌드와 행위 양식들을 만들어내는 데도 동원될 뿐 아니라 어떤 특정 대상에 대한 호오(好惡)의 감정을 무작정 배출하는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하며, 왜곡된 여론몰이를 통해 특수한 집단적 이해를 관철시키는 수단으로 이용되는 경우도 있다.
우리 사회는 일련의 사이버 폭력과 같은 인터넷의 역기능에 직면하여 이에 대한 대증요법적 개입과 미래지향적인 시각에서 건전한 사이버 문화를 조성하면서 자율규제를 정착시켜가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과정에 있다. 여러 부작용에도 인터넷 실명제가 등장했던 배경에는 몰염치한 악플 문화가 한몫을 차지하고 있다. 많은 연예인들이 익명성의 악플을 극복하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으며, 이런 비극적 상황은 현재도 계속 진행 중이다.
익명성이라는 막강한 무기로 대통령에서부터 주위 친구에 이르기까지 발가벗기듯 이뤄지는 음지에서의 비난은 더욱 광범위해지고, 흉포화되고 있다. 비난의 소재와 대상은 제한이 없고 무차별적이다. 다양한 의견을 제시할 수는 있지만 사실이 아니거나 말단 지엽적인 부분을 상상과 추측만으로 상대를 파렴치한으로 몰아가는 극단의 비난은 안 될 일이다.
우리 집에 있는 먼지는 털면 털수록 깨끗해지지만 신상털기는 오히려 자극적인 소재와 상상이 더해질수록 더욱 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사람잡기”라는 큰 부작용을 양산한다. 광기의 피해자가 나타났을 때, 그 광기에 열광하던 대중 가운데 어느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오히려 연민의 정을 보내는 자애로운 천사로 표변하는 이중성을 갖는다. 도대체 언제까지 어두운 음지에서 음습한 행동을 할 것인가.
신상털기와 사람잡기는 8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 선거를 맞아 오직 당선을 위한 구태전략의 모습으로 절정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공정사회 구현의 걸림돌이 될지 모른다.
한국사회가 정이 흐르는 사회라면 프랑스사회는 똘레랑스(tolerance)가 흐르는 사회다. 현재와 같은 광기의 시대에 프랑스 사회를 변화시킨 똘레랑스라는 관용과 포용의 문화를 생각해보자. 그리하여 성숙한 시민문화를 바탕으로 세계를 선도하는 문화선진국이 되기를 바란다.
장성호 배재대 교수 정치외교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