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동반성장, 기업 줄 세우기 그쳐선 안된다

입력 2012-05-10 18:36

동반성장위원회가 10일 처음으로 대기업의 동반성장지수를 발표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임기 중반부터 표방한 ‘공정 사회’ 슬로건에 따라 2010년 12월 3일 출범한 동반위가 지난해 3월 지수 산정 및 공개 방식 등 추진 계획을 발표한 지 1년여 만이다.

이번 발표에서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6개 대기업이 ‘우수’ 판정을 받았고, 20개 기업은 ‘양호’, 23개 사가 ‘보통’, 7개 사는 ‘개선’ 등급을 받았다. 좋은 성적을 받은 기업은 부담에서 헤어나 희색인 반면, 하위 등급을 받은 곳은 이미지 실추를 우려하며 억울함을 토로하고 있다.

당초 추진계획이 발표됐을 때 대기업들은 기업 줄 세우기가 될 것이라며 우려를 표시했다. 이번 발표에서는 이런 점들을 감안해 기업별 순위를 공개하지 않고 4단계 등급별 명단만 발표했다. 우수 평가를 받은 기업에는 하도급 실태조사 1년간 면제 등 인센티브를 주되, 저평가 기업에 불이익은 주지 않기로 했다. 다만 저평가 기업명단을 공개하지 말라는 재계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동반성장위 측은 이번 발표에 대해 민간의 자발적인 동반성장 추진동력을 제공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국가가 나서 대기업들의 중소기업 협력 실태를 지수화하는데 대한 논란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하도급 부정 등에 대해서는 관련 법과 규정에 따라 조치하면 될 일이지, 전반적으로 기업들을 평가해 성적을 발표하는 것은 전시성 행정이자 과도한 민간 압박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동반성장지수의 선기능을 극대화하려면 평가나 발표 방식 등을 보완해야 한다. 기업별 현실과 업종별 특성을 감안하도록 평가 기준을 다듬고, 내년에 등급이 상향된 곳은 그간의 노력을 공개하고 격려하는 방식을 도입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낮은 평가를 받은 기업들이 실제적으로 문제를 개선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평가가 능사가 아니며, 중요한 것은 기업들의 진정한 상생 노력과 그 결실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