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발한 상상력으로 무기제조업자에 펼치는 ‘복수작전’… 프랑스 영화 ‘믹막:티르라리고 사람들’

입력 2012-05-10 18:07


프랑스 영화 ‘아멜리에’(2001)를 기억하는지. 깜찍한 표정과 상큼한 미소로 행복 바이러스를 퍼트린 여인 아멜리에의 로맨틱 러브스토리. 이 영화는 장 피에르 주네 감독의 기발한 상상력과 유머 감각이 어우러져 국내 영화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10일 개봉된 주네 감독의 ‘믹막:티르라리고 사람들’(2009)은 ‘아멜리에’의 연장선에 있는 작품이다.

제목 ‘믹막’은 ‘음모’를 뜻하는 프랑스어로, 기상천외한 영화 속 주인공들이 거대 무기제조업자를 상대로 펼치는 복수작전을 의미한다. 또 ‘티르라리고’는 고철판매업자들이 살고 있는 동굴의 이름을 뜻한다. 동굴에 모여 사는 고철판매업자들이 무기제조업자를 상대로 복수를 벌인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복수혈전은 아니고 상상력과 위트가 넘치는 코미디다.

어릴 적 지뢰 사고로 아버지를 잃고 혼자 고독하게 살아가는 바질(대니 분). 어른이 된 그는 우연한 사고로 머리에 총을 맞고도 구사일생으로 살아나지만, 머리 속에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총알이 남아 있다. 직장과 집까지 잃고 거리를 전전하는 처량한 신세인 바질은 티르라리고에 사는 사람들을 운명처럼 만난다. 이때부터 바질과 괴짜 친구들의 해피한 복수가 시작된다.

등장인물들의 캐릭터가 하나같이 우습다. 말도 안 되는 사자성어로 정신을 빼놓는 ‘타자기’(오마 사이), 단두대 고장으로 기적처럼 살아난 ‘감방맨’(장 피에르 마리엘), 티르라리고의 ‘왕언니’(욜랭드 모로), 유연한 몸과 감성의 소유자 ‘고무여인’(줄리 페리에), 천재소녀 ‘계산기’(마리 줄리 봅), 어떤 고철이든 작품으로 만드는 ‘발명가’(미셸 크레매데스) 등의 연기가 웃음을 자아낸다.

주네 감독은 평소 자주 찾던 레스토랑에서 마주친 사람들이 근처 무기공장 직원이라는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이들은 양복에 넥타이를 한 평범하고 선량한 직장인처럼 보이지만 인류에게 상처를 입히는 흉기를 개발하고 제조하는 자들이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이를 영화화하기로 결심했다고. 살상 무기의 위험성에 대한 메시지를 유쾌하게 풀어냈다. 15세 관람가.

이광형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