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탄한 연기력 ‘흥행 1등 도우미’… 상반기 영화를 빛낸 명품 조연·단역 배우들
입력 2012-05-10 18:07
영화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배우는 당연히 남녀 주인공이다. 하지만 주인공만으로는 영화가 완성되지 않는다. 빛나는 조연 또는 감초 같은 단역이 있기에 이야기가 풍성해지고 드라마가 더욱 탄탄해진다.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더라도 명품 연기로 관람객들에게 오랫동안 인상을 남기는 조연과 단역 배우들. 올 상반기 흥행 영화에서도 빛나는 조연과 단역 배우가 어김없이 등장했다.
4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댄싱퀸’은 주인공 엄정화와 황정민이 흥행몰이의 원동력이었으나 가요기획사 실장으로 나온 이한위의 코믹 연기도 한몫했다. 드라마 ‘추노’ ‘제빵왕 김탁구’ ‘패션왕’과 영화 ‘최종병기 활’ ‘국가대표’ ‘미녀는 괴로워’ 등 흥행작에서 웃음을 자아내는 캐릭터를 선보인 그는 ‘댄싱퀸’에서도 없어서는 안 될 양념 연기로 이른바 ‘미친 존재감’을 과시했다.
관객 468만명으로 올해 한국영화 중 최고의 흥행을 기록한 ‘범죄와의 전쟁:나쁜 놈들 전성시대’ 역시 주인공 최민식과 하정우 외에도 연기력 뛰어난 조연들이 영화를 빛냈다.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에서 세종대왕의 호위무사 무휼로 나온 조진웅은 부산 최대 조직 보스 하정우에 맞서는 다른 조직의 보스로 강한 이미지를 남겼다. 조진웅은 영화 ‘퍼펙트 게임’ ‘고지전’에서도 연기력을 뽐냈다.
‘범죄와의 전쟁’을 통해 뜬 배우를 꼽으라면 올해 백상예술대상 영화 부문 남자신인연기상을 받은 김성균을 빼놓을 수 없다. 연극무대에서 실력을 쌓은 그는 의리와 배신을 거듭하는 조직폭력배의 역할을 실감나게 해냈다. 또 피의자들을 조사하면서 거만한 태도로 악질검사의 이미지를 보여준 곽도원도 오랫동안의 무명생활을 벗고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켰다.
250만명의 관객을 모은 ‘화차’는 주인공 김민희와 이선균이 펼치는 미스터리 스릴러로 관람객들을 붙잡는다. 여기에 전직 경찰 역을 맡아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는 조성하가 있기에 스릴이 한층 배가된다. 서울예술대 연극과를 나와 연극무대와 드라마, 영화에서 무명의 단역 배우로 전전하던 조성하는 ‘화차’를 통해 탄탄한 실력을 갖춘 연기파 배우로 급부상했다.
300만명을 돌파하며 절찬리에 상영 중인 ‘건축학개론’의 엄태웅 한가인 못지않게 눈길을 끄는 배우는 조정석이다. 재수생인 주제에 대학 1년생 친구 승민(이제훈)에게 연애의 기술을 가르치는 대목에서 개그 대사로 배꼽을 쥐게 한다. ‘헤드윅’ 등 뮤지컬 무대에서 활동하다 ‘건축학개론’으로 스크린에 데뷔한 조정석은 현재 드라마 ‘더킹 투하츠’에서 왕실 근위 중대장 역을 맡아 열연 중이다.
지난 3일 개봉돼 67만여명을 모으며 선전하고 있는 ‘코리아’에는 주인공 하지원 배두나 외에도 연기력 뛰어난 조연 배우들이 총출동한다. 연극무대에서 실력을 다진 박철민이 남북한 단일 탁구팀 코치 역을 맡아 좌충우돌하는 특유의 캐릭터를 선보이고, 드라마 ‘해를 품은 달’에서 중전 윤보경의 아버지 윤대형을 연기한 김응수는 코리아 팀 감독을 맡아 열연을 펼쳐 보인다.
특히 중국 선수 덩야령 역을 맡은 김재화의 연기가 돋보인다. 중앙대 연극학과를 나와 연극 ‘오아시스 세탁소 습격사건’ ‘단풍소리’와 영화 ‘러브픽션’ ‘황해’ ‘퀵’ 등에서 강렬한 눈빛 연기를 선사한 그는 ‘코리아’에서도 상대방을 제압하는 표정으로 인상을 남겼다. 그는 덩야핑 선수를 모티브로 삼아 덩야령을 연기했는데 진짜 중국 배우로 착각할 정도다.
명품 조연 및 단역의 조건은 연기력은 물론이고 한 번 보면 잘 잊혀지지 않는 캐릭터를 갖추는 것. 영화 ‘황산벌’의 이문식, ‘써니’의 성지루, ‘국가대표’의 성동일, ‘부러진 화살’의 박원상 등이 대표적이다. 대부분 연극에서 실력을 쌓아 영화로 진출한 경우다. 송강호 황정민 신하균 정재영 등이 그랬듯이 이들도 주연을 꿈꾸며 조연에 혼신의 힘을 쏟고 있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