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자전거 탄 소년 ‘천안문 사태’ 연상
입력 2012-05-09 21:59
8일(현지시간) 진압경찰과 반정부 시위대 간의 유혈 충돌이 발생한 러시아 모스크바. 한 소년이 작은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시위대와 대치 중인 무장경찰들에게 접근했다.
소년은 잠깐 동안 그 자리에서 헬멧과 유니폼을 입고 야광 진압봉을 든 경찰들을 물끄러미 보다가 사라졌다. 자전거를 탄 이 소년을 찍은 한 장의 사진이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고 미국 abc방송이 이날 보도했다. ‘모스크바의 천안문 사태’를 연상시킨다는 이유다.
하루 종일 시위 현장을 누비던 미국 잡지 ‘더 뉴요커’와 ‘포린 폴리시’의 모스크바 특파원 줄리아 아이오페는 당시 소년의 바로 뒤에 있었다. 소년을 보자마자 아이폰을 꺼내 사진을 찍고, 이를 트위터에 올렸다. 사진 설명은 ‘러시아의 천안문 이미지’. 사진은 6000명의 팔로어를 거쳐 삽시간에 인터넷에 퍼졌다. 무장한 공권력 앞에 놓여진 힘없는 시위대를 상징하는 것처럼 보였다. 천안문 사태는 1989년 중국 베이징의 천안문 광장에서 민주화를 요구한 시위대를 중국 정부가 무력으로 진압한 사건이다. 러시아에서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취임 전날인 6일부터 사흘째 곳곳에서 푸틴의 집권에 반대하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