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옷폭탄 테러범은 이중 첩자”… 사우디 정보기관이 알카에다에 잠입시켜

입력 2012-05-09 19:18

최근 예멘발 미국행 항공기에서 속옷 폭탄 테러를 감행하려던 ‘아라비아반도 알카에다(AQAP)’ 조직원은 사우디아라비아 정보기관이 AQAP에 잠입시킨 이중첩자로 드러났다. 지난 6일 미국의 드론(무인기) 공격으로 숨진 AQAP 지도자에 대한 정보도 그가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들은 8일(현지시간) 익명을 요구한 미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이 이중첩자가 알카에다 조직에 잠입한 후 자살폭탄테러에 자원했다고 보도했다. 이 첩자는 AQAP로부터 폭탄을 받은 후 미국행 항공기에 타지 않고 사우디아라비아의 정보국에 폭탄을 전달했다. 그는 테러조직의 지도부, 거점 위치, 테러계획 등 내부 정보도 사우디 정보국과 미 중앙정보국(CIA)에 넘겨줬다.

미 관리는 이 첩자가 사우디 정보국 소속이지만 수년간 CIA와 긴밀히 협력하며 예멘에서 활동해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첩자는 CIA의 직접적인 감독을 받지는 않았다고 NYT는 전했다.

특히 이 첩자는 AQAP 조직원들과 몇 주 동안 함께 지낸 후 2000년 미 해군 구축함 콜함(艦) 폭파사건을 비롯한 테러 혐의로 전 세계에 수배령이 내려진 파흐드 알 쿠소를 CIA가 무인기로 공격할 수 있는 핵심 정보를 제공했다.

이 첩자는 현재 사우디아라비아의 안전한 곳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속옷 폭탄 테러 계획은 수주일 간 CIA와 다른 정보기관들에 의해 비밀에 붙여졌는데 이는 그와 가족들에 대한 보복을 우려한 때문이라고 미 관리들은 말했다. 일부에서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테러 계획 적발을 발표할 일정을 조정하느라 늦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편 미 연방수사국(FBI) 폭발물연구소의 전문가들은 이 속옷 폭탄이 공항검색장치와 보안 조치를 피할 수 있는지를 정밀조사 중이다. 한 미국 관리는 초기 조사 결과 가능한 위협을 감지할 수 있는 개선된 보안조치들이 도입됐다면 이러한 종류의 폭탄도 충분히 발견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