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많은 은행권… 노조 ‘꿈틀’

입력 2012-05-09 18:54


은행권 노조가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당국의 우리금융지주 매각 방침과 농협 사업구조개편에 대한 반감으로 노조가 정부와 각을 세우고 있다. 외환은행 노조 역시 하나금융지주에 대한 비난의 포문을 열기 시작했다. 정부의 정책 졸속 추진 등에 대한 문제점이 없지 않지만 은행권 노조가 자사 이기주의에 빠진 채 반대를 위한 반대를 벌이고 있다는 곱지 않은 시각도 있다.

우리금융지주 매각 문제는 또다시 정부와 은행 노조와의 정면충돌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우선협상 대상자 선정 시기까지 못 박는 등 진행에 박차를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9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국가경영전략연구원(NSI) 수요정책포럼에서 우리금융 민영화와 관련, “우선협상 대상자는 8∼9월에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금융지주 민영화는 데모의 대상이 아니다”며 우리금융 노조의 반발을 일축한 뒤 “우리금융은 공적자금을 12조원 이상 투입한 지 11년이나 지났고, 이를 회수하는 것은 공직자로서 의무”라며 민영화 의지를 재확인했다.

앞서 7일 우리금융지주 노동조합은 기자회견을 열고 민영화 방안으로 거론되는 KB금융지주와의 합병이 추진된다면 총파업을 벌이겠다고 경고했다. 수차례 실패를 경험한 우리금융 민영화를 정권 말기에 또다시 서둘러 시도하려는 금융당국의 의도를 꼼수로 지적하기도 했다.

정부가 야심 차게 추진한 농협 사업구조개편도 갈등의 핵으로 부상 중이다. 농협중앙회 노동조합은 “정부는 당초 약속했던 6조원 출자 약속을 어기고 ‘경영개선 이행약정서(MOU)’를 통해 농협의 일거수일투족을 간섭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농협중앙회 노동조합은 오는 15일 우리금융 노조와 함께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연대집회를 가질 예정이다.

외환은행 노조는 가까스로 봉합된 하나금융과의 화학적 결합 이후 처음 문제제기를 하고 나섰다. 외환은행 노조는 “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의 재무와 영업 등 모든 사항을 입맛대로 통제하는 등 경영 전반에 대한 독립경영 보장 약속을 깨고 있다”며 “약속을 뒤집을 경우 하나지주와의 모든 업무 협의를 전면 중단하는 등 전면투쟁에 나서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우리금융 민영화에 대한 조급증과 농협 사업구조개편에서의 잇단 시행착오가 비판의 빌미를 주고 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국민세금이 들어간 금융회사에 대해 민영화를 추진하는 것 자체가 나쁠 수는 없다”면서 “합병 당시 상당한 수준의 위로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외환은행이 또다시 전면투쟁 운운하는 것은 국민정서상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