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도 다문화 추세…” 축구대표팀 사상 첫 귀화 선수로 월드컵 공략?

입력 2012-05-09 20:53

한국 축구 사상 최초의 귀화 대표팀 선수가 탄생할 것인가. 최강희 축구대표팀 감독이 공격력 강화를 위해 브라질 출신 에닝요(31·전북 현대) 귀화 카드를 꺼내들었다.

최 감독은 다음달 9일 새벽(한국시간) 카타르와의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원정 1차전을 앞두고 K리그서 활약 중인 에닝요의 귀화를 대한축구협회에 최근 요청했다.

2003년 수원 삼성에서 K리그에 데뷔한 에닝요는 브라질로 돌아갔다가 2007년부터 2년간 대구에서 뛰고 2009년부터 현재까지 전북에 몸담고 있다. 한국에서 5년 이상 연속으로 활약하며 귀화조건을 갖춘 에닝요는 K리그 173경기에 출전해 66골 48도움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최강희 감독과는 2009년과 2011년 전북의 K리그 우승을 함께 이끌며 인연을 맺었다. 에닝요의 귀화는 이동국(전북)의 공격력을 더욱 극대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동국-에닝요 조합은 K리그는 물론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를 통해 파괴력을 인정받았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9일 “월드컵 최종예선 첫 상대 카타르는 귀화 선수가 7명이나 되고 일본 같은 경우는 귀화선수를 꾸준히 활용해 왔다. 우리나라도 다문화가정이 많아지는 추세”라고 밝혔다.

에닝요의 특별귀화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한국 국적을 얻는 최초의 축구선수가 된다. 지금까지 K리그에는 신의손 등 귀화선수가 몇 명 있었지만 이들은 원래 국적을 포기하는 일반귀화 절차를 밟았다. 특별귀화는 일반귀화와 달리 원래 국적을 유지할 수 있다. 에닝요가 태극마크를 달면 최초의 외국인 출신 국가대표 축구선수라는 타이틀을 갖게 된다.

체육계에선 2010년 5월 분야별 인재에게 복수국적을 허용한 새 국적법이 시행되면서 특별귀화 방식으로 4명이 우리나라 국적을 함께 취득했다. 남자프로농구 문태종(전자랜드)·문태영(모비스) 형제, 여자프로농구 킴벌리 로벌슨(삼성생명), 화교 3세인 쇼트트랙 공샹찡(원촌중)이다. 이들은 모두 한국계 선수였다.

하지만 체육계를 대표해 추천권을 쥐고 있는 대한체육회는 축구협회의 에닝요 특별 귀화요청을 거부했다. 체육회 법제 상벌위원회는 에닝요가 아직 한국 문화에 익숙하지 않고, 순수 외국인으로 이중 국적을 획득할 경우 혼란이 올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심의를 통해 거부했고 이를 축구협회에 공문을 통해 9일 정식 통보했다.

체육회의 거부에도 불구하고 축구협회는 에닝요의 특별귀화를 법무부에 단독으로 요청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 관계자는 “대한체육회의 추천은 신뢰성이 있어 특별귀화 과정이 수월하다. 하지만 규정상 대한축구협회가 직접 법무부에 요청하는 것 역시 가능하다”고 밝혔다.

김준동 기자 jd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