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부적절한 거래’ 파문… 유엔 제재 대상 러 무기회사서 헬기 구매

입력 2012-05-09 18:57

미국 정부의 러시아제 헬기 구매를 둘러싼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펜타곤(미 국방부)이 아프가니스탄 정부군의 전력 증강을 위해 러시아제 헬기 MI-17을 구매해 제공한 것과 관련 미국 내부에서 거센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

펜타곤에 헬기를 판 러시아 국영 무기회사 ‘로소보로넥스포트’가 유엔의 무역 및 무기거래 제재를 받고 있는 시리아 바샤르 알 아사드 정부에 상당량의 무기를 팔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펜타곤 측도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란, 시리아 등 테러지원국에 대량살상무기 수출을 금지한 규정을 어기면서 무기를 샀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미군이 구매한 MI-17 헬기는 모두 21대. 3억7500만 달러(4500여억원)어치며 추가로 12대를 구매하기로 돼 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상원의원, 인권단체, 군사전문가 등 여론이 펜타곤을 질타하고 있다.

무엇보다 미국 정부 스스로 자가당착의 오류에서 벗어나야 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지난해 8월 “아사드 정권과 통상 및 무기거래를 하는 국가들은 이를 중단해야 하며 올바른 역사의 편에 합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무부와 국방부가 핵심 현안에 대해 서로 다른 행보를 보인다는 것이다. 군수품통제협회 이사 다릴 킴볼은 “펜타곤의 행동은 곤혹스런 딜레마”라며 “그러나 미국은 유엔의 금수 조처를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상원의원 17명은 지난 3월 12일 리언 패네타 국방장관에게 편지를 보내 “미국 납세자들은 무고한 시민들을 죽이는 시리아를 사실상 간접적으로 돕는 입장에 서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뉴욕에 기반을 둔 ‘휴먼라이츠 퍼스트’의 한 관계자는 “로소보로넥스포트와 계약을 취소함으로써 러시아제 무기가 시리아로 유입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군이 이 기종을 고집하는 이유는 험준한 아프간 지형 등 여건을 감안할 때 다른 어느 제품보다 성능이 뛰어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펜타곤은 구매 포기 여부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정진영 기자 jy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