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해체 위기] NL 對 PD 해묵은 앙금 ‘부정 경선’으로 대폭발
입력 2012-05-09 18:51
통합진보당 당권파와 비(非)당권파 간 일진일퇴 혼전(混戰)이 거듭되면서 관전자 입장에서는 두 계파가 무슨 이유로 저리 죽기 살기로 싸우는지 헷갈리는 상황이 됐다.
◇오래된 계파 갈등이 근본 원인=9일 현재까지의 상황을 정리하면 비당권파는 비례대표 경선 부정의 책임을 물어 당권파 수뇌부는 물론 비례대표 후보들의 총사퇴를 요구하고 있는 반면, 당권파는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 자체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경선 부정이 도화선은 됐지만 갈등은 잠복돼 왔다는 게 당 안팎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당권파를 구성하고 있는 구(舊)민주노동당 민족해방(NL)계열과 비당권파인 진보신당 탈당파 민중민주(PD)계열 간 해묵은 악감정이라는 지적이다. 그래서 이번 사태를 2008년 민노당 내 NL계와 PD계 다툼의 재연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당시 PD계는 NL계의 종북주의와 패권주의에 반발해 민노당을 탈당, 진보신당을 창당했다.
◇조사보고서의 진실성 여부=대폭발은 조사보고서를 둘러싸고 일어났다. 당 진상조사위는 지난 2일 비례대표 후보 선거를 “총체적 부실, 부정선거”라고 규정했다. 하지만 당권파는 보고서를 믿을 수 없다며 전면 재조사를 주장하고 있다. 의혹의 당사자에게 소명 기회를 주지 않았고 동일 IP에 대한 중복투표 조사는 특정 당선자를 겨냥해 이뤄졌으며 현장투표 조사결과 의혹은 부풀려졌다는 것이다. 이에 비당권파는 적반하장이라는 반응이다. 특히 진상조사위에 전권을 부여하기로 합의해놓고 이정희 공동대표를 비롯한 당권파가 불리한 결과가 나왔다며 조사 결과를 부정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핵심은 이석기, 김재연 당선자 사퇴=당권파와 비당권파는 비례대표 총사퇴 대목에서 충돌하는 양상이다. 비당권파는 선거 전체의 정당성이 무너진 만큼 비례대표 후보들이 결단을 내려 국민 앞에 용서를 구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 가운데서도 비례대표 2번 이석기 당선자와 3번 김재연 당선자의 사퇴 문제는 양측의 승부를 가를 수 있는 결정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 당선자는 당권파 주축세력인 경기동부연합의 최고 실세다. 또 이 당선자의 한국외대 후배로 ‘제2의 이정희’라는 별칭을 듣고 있는 김 당선자는 당권파 핵심부가 키우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이들이 비당권파의 요구대로 비례대표에서 물러날 경우 당권파의 세력은 급속하게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한민수 기자 ms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