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해체 위기] 민노총 “비례 경선 공천자 총사퇴 안하면 집단 탈당”

입력 2012-05-09 18:52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경선 부정 파문을 둘러싼 당권파의 강변이 계속되는 가운데 ‘진보정치’의 모태세력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심상찮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당권파가 지도부 및 비례대표 경선 공천자 총사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조합원 집단 탈당 카드를 꺼내겠다면서 완전결별 수순에 돌입할 태세이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은 11일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경선 부정에 대한 내부 방침을 결정할 방침이다. 정용건 공동부위원장은 9일 언론과의 접촉에서 “당권파의 비민주적 작태를 해결하기 위해 (당권파와의) 단절도 불사해야 한다는 것이 (민주노총 산별, 전국 단위별) 지도부의 전체적인 분위기”라면서 “재창당 수준의 강력한 수습책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통합진보당과의 관계 재정립을 요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통합진보당의 전신인 민주노동당이 2000년 1월 출범할 당시부터 사실상 당내 최대 파벌이었다. 1997년 권영길 의원과 함께 ‘국민승리21’을 만든 뒤 이 조직을 근거로 민노당을 탄생시킨 ‘창당 공신’이다. 지금도 통합진보당 내에서 당원 수를 가장 많이 보유한 단일조직이기도 하다.

민주노총 내부에서는 “이번 기회에 통합진보당의 노동세력 박대 기류를 청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006년 경기동부연합을 주축으로 하는 민족해방(NL)계열이 대거 입당하면서 노동자 권익 옹호라는 당의 주요 정책 방향이 크게 훼손됐다는 비판이다.

특히 당권파들의 노골적인 ‘친북 성향’이 언론에 노출되면서 통합진보당을 넘어 민주노총까지 종북주의 세력으로 매도당하고 있다는 불만도 터지고 있다. 거기다 민주노총을 바라보는 당권파들의 인식과 태도에 분노하는 조합원들이 상당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민주노총을 ‘진보정당을 건설한 주도세력’이 아니라 ‘지지만 보내는 단순 유권자집단’ 정도로 여긴다는 것이다.

민주노총 핵심인사는 “4·11 총선에서 울산 창원 거제 같은 노동자 밀집지역에서 참패한 것도 결국 지난 수년 동안 당권파의 패권주의가 당을 장악하면서 노동세력의 요구를 홀대해왔기 때문”이라면서 “이번 기회에 당 전체에 대해 혁신하라는 목소리를 우리가 낼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현재 통합진보당 당적을 가진 민주노총 조합원 대다수는 비당권파의 당 쇄신책에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산별노조들은 연이어 대표자회의를 갖고 당권파의 부정선거 의혹 부정을 강력히 규탄하는 입장을 속속 내놓고 있다. 하지만 NL계열 조합원들도 상당수다. 정희성 공동부위원장이 지난 4일 통합진보당 전국운영위에서 운영위원 자격으로 당권파 편을 든 게 단적인 예다.

이와 관련해 민주노총의 한 임원은 “중앙집행위원회에서도 일부 다른 주장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그러나 최소한 전국운영위의 권고안대로 통합진보당을 개혁해야 한다는 메시지는 분명히 나올 것”이라고 전했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